[마켓리더와의 대화] 양유식 LG투신운용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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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식 LG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42)은 지난 9.11 테러사태 직후 힘든 결단을 내렸다.
대다수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을 팔라"고 외쳤지만 그는 주식을 더 사기로 마음먹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이하에 있다면 너무 싸다"고 생각했다.
또 지난 90년 걸프전때 점차 주가가 상승한 기억도 떠올렸다.
LG투신운용은 최근 업계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테러사태 이후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면서 최근 운용중인 펀드 대부분이 수익률(3개월 기준)10위권내에 들어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맡긴 펀드는 지난 3개월간 21.9%의 수익률을 올려 만기가 연장됐다.
그런 성과를 올린 그가 지난주 말부터 "팔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주식을 팔기 시작했는데.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돼 있다.
조정을 받으며 쉬어갈 때가 됐다.
종합주가지수 700선 근처에선 국내 기관이나 개인 모두 섣불리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
주식을 살 사람은 외국인밖에 없지만 주요 타깃인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러 대규모 매수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또 외국인은 예년에도 연말에는 쉬어가는 때가 많았다.
단기적으로 1조원을 넘어선 매수차익거래 잔고도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13일까지 부담을 줄 것이다"
-증시가 '대세 상승기'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에 대한 견해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세 상승은 이미 지난 10월 초에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낙관적인 측면이 초기에 너무 많이 반영된 상태다.
따라서 내년 1월까지는 600선까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2월께부터 기업의 수익전망이 호전되면서 재상승해 내년 중반께 지수가 8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같이 보는 이유는.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내년에 경기가 좋아지면서 기업들의 EV/EBITDA(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30∼40% 성장할 것이다.
또 주가도 현재 EV/EBITDA 대비 5∼5.5배 수준에 있으나 점차 5.5∼6배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고 있는데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매수할 것으로 본다.
또 지난 1년6개월간 주가가 충분히 조정을 받았고 미국 시장의 거품이 상당부분 걷힌 점도 긍정적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는.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출입 단가'를 살피고 있다.
반도체는 올해 수출물량이 늘었으나 수출단가가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됐다.
최근 수출·수입단가가 동반 하락 중이나 10월 이후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입단가가 더 많이 내려가고 있다.
내년에 경기가 상승하면서 수출단가가 조금만 올라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식은 언제 사는 게 좋을까.
"내년 2월께 재상승하면 매수에 나서야 한다.
대세 상승기에는 상승폭이 큰 기술주가 가장 관심사다.
반도체를 제외한 삼성전기 삼성SDI 삼보컴퓨터 등이 유망하다.
반도체는 이번에 크게 올라 당분간 긴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본다.
또 경기가 회복된다면 LG화학 호남석유 등 화학주와 INI스틸 동국제강 등 철강주,제일모직 등 저가 대형주가 좋다.
외환은행 등 저가 은행주와 현대상선 등은 지금도 선별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하이닉스반도체만 좋아지면 생존 문제가 해결된다.
디지털가전 수혜주인 대덕GDS도 매수를 고려 중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내년 2월께 간접투자한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간접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간접투자는 가입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가전제품을 사는 것과는 다르다.
가전제품은 늦게 사면 더 좋은 모델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주식은 오르고 나서 뛰어들면 재미를 못본다.
주가 상승세가 본격화될 내년 2월은 간접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글=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