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성공할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격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경제학 박사,다년간의 현장경험,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력. 미국 포천지는 그의 회사를 5년 연속으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했다. 또 그를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CEO 25인중 한명으로 뽑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작년 말 이 회사에 '올해의 에너지업체'라는 감투도 씌워줬다. 그는 세계적인 CEO였고 그의 회사는 초우량 기업의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벽해상전(碧海桑田)'이 됐다.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그의 이마엔 실패한 CEO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케네스 레이 회장과 엔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레이 회장은 16년전 텍사스주 휴스턴의 조그만 에너지업체였던 엔론을 미국 최대 에너지제국으로 만들었다. 엔론은 지난해 1천7억달러(약 1백30조원)의 매출로 미국 5백대 기업중 7위에 랭크됐다. 그는 전력과 천연가스 물을 금융상품처럼 거래하는 새 시장을 창조,엔론을 에너지제국으로 환골탈태시켰다. 그러나 그에겐 커다란 단점이 하나 있었다. 정직하지 않았다. 그의 사업은 베일에 싸였고 회계장부는 미스터리투성이의 블랙박스였다. 최근 이 블랙박스가 분해되자 악취가 진동했다. 과거 5년간 회사순익을 6억달러 부풀리고 빚은 8억달러나 축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거래업체를 인수하면서 회사가 1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그 와중에 경영진은 거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비리도 드러났다. 이 악취와 함께 그는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Caesar's wife(시저의 아내)'. 레이 회장은 이 두마디 말을 가슴에 새기지 않아 실패한 CEO가 되고 말았다. 시저의 아내는 의심받을 언행을 하지 않는 정직하고 투명한 사람이다. 2천50여년전 로마황제 시저는 시민들에게 외쳤다. "Caesar's wife should be above suspicion(시저의 아내는 한점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 레이 회장은 너무도 먼 옛날의 일이어서 시저의 외침을 무시했던 모양이다. 시저의 말을 되새겼더라면 끝까지 성공한 CEO로 남을수 있었을 텐데.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