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잦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벤처기업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수익모델 자체가 취약하기 때문에 경영 실적이 들쭉날쭉해 고질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더욱이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성장성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여기에 A&D(인수 후 개발) 등을 표방한 M&A(인수합병)도 빈번하게 이뤄져 경영권이 그만큼 불안정하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대주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다. 창업주와 최대주주를 겸한 이들의 상당수는 본업인 경영보다 상장(등록) 후 보유주식 처분을 통한 시세차익 등의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사의 명운을 걸고 있는 곳들이 많다. 주가 하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항의와 질책도 코스닥 CEO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다. 정보기술(IT) 업체인 N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S사장은 등록 후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항의에 시달린 나머지 병원 신세를 지다가 끝내 CEO 자리를 내줘야 했다. ◇ CEO '수난시대' =올들어서만 1백39개 코스닥 기업들이 CEO를 교체했다. 이들 기업의 CEO 교체건수는 총 1백90건. 한 회사당 1.4명꼴로 임기를 채 1년도 못 넘기고 물러났던 셈이다. 특히 넥시즈 아펙스 온에듀 코아정보시스템 인터리츠 한국창업투자 등은 올들어서만 세번 이상이나 CEO가 바뀌어 평균 임기가 3개월여에 불과한 그야말로 '파리 목숨'으로 전락했다. CEO를 두 번 이상 교체한 기업도 27개사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은 A&D를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곳들이다. ◇ 유형 분석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물갈이'가 가장 많다. 실적발표 시즌만 되면 대표이사 변경 공시가 러시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들어서는 3.4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서 32개사가 CEO를 갈아치웠다. 경영 실적이 초라하고 4분기 실적 전망도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제이스텍 아펙스 유니씨앤티 영흥텔레콤 한솔창업투자 쎄라텍 비테크놀러지 한글과컴퓨터 등이 경영 실패와 실적 둔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교체한 기업들이다. 코스닥 시장의 활발한 A&D 붐도 CEO 교체의 계기를 제공한다. 통상 코스닥 기업의 A&D는 수익모델 보강보다 '굴뚝기업→IT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최대주주와 CEO가 함께 교체되기 십상이다. 가오닉스 경우미르피아 바른손 써니와이앤케이 코아정보시스템 리타워텍 인터리츠 호스텍글로벌 삼한콘트롤스 등이 대표적이다. ◇ 전망 =코스닥 기업의 CEO 교체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스닥 등록을 계기로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창업주 상당수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IT 경기의 장기 침체는 경영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전문경영인으로의 세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CEO 교체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단순히 주가 부양을 겨냥한 A&D와 백도어 리스팅(장외기업의 우회등록), 최대주주 지분매각 등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코스닥증권시장(주) 관계자는 "CEO 교체는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한 경우와 아닌 경우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수익모델 부재 등으로 최대주주가 지분을 팔고 떠나면서 CEO가 바뀐 기업들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