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횡보, 하반기 본격 회복'이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엔 여전히 내수와 건설투자로 버티고 하반기부터 부진했던 수출과 설비투자가 되살아나 경기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기대치를 반영한 사실상 정부의 공식 전망이나 마찬가지다. 한은은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경기 저점을 내년 상반기로 추정했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4.4분기쯤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수출.투자 회복 기대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고 월드컵 특수에도 불구,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성장률이 높아져도 경제체질 면에선 여전히 취약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월드컵과 양대 선거를 치를 내년에는 보다 세심하고 미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 내년 하반기 회복 =한은은 올 4.4분기 3.0%에 이어 내년 1.4분기 3.4%, 2.4분기 3.6%로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까진 3%대 성장률로 게걸음 칠 것이란 얘기다. 지난 3.4분기(1.8%)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4%대 후반∼5%대 초반)보다 훨씬 밑이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에야 4%대 회복(3.4분기 4.0%, 4.4분기 4.6%)을 점친다. 한은의 전망치(3.9%)는 국내외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의 중간쯤 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9월 4.5%,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11월 3.2%로 각각 전망했다. ◇ 수출 투자회복이 관건 =한은 정명창 조사국장은 "내년 상반기까진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수와 건설투자로 경기를 지탱해 크게 나아지진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년에도 예산 집행을 상반기에 집중시킬 예정인 반면 수출 설비투자 감소세는 여전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반면 하반기엔 미국 등 세계경기 호전에 힘입어 수출 투자가 되살아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상품 수출은 내년 상반기 0.3% 감소세에서 하반기 8.7% 증가세로 반전되고 수입은 하반기에 12.3%(상반기 마이너스 0.7%)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설비투자도 상반기까진 4.4% 줄다가 하반기 7.6%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기엔 불확실성이 많다. 한은은 △중동 정세 불안정 △테러전쟁 확전 여부 △미국경기 회복 시기 △IT(정보기술) 과잉투자 해소문제 △반도체경기 회복 여부 등의 대외 변수를 꼽았다. 회복을 낙관하긴 여전히 조심스럽다. ◇ 경상수지가 걱정 =내년 월드컵 특수에도 불구, 경상수지 흑자는 5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월드컵이 열리는 상반기 흑자가 34억달러, 하반기엔 16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98년 4백3억달러 △99년 2백44억달러 △2000년 1백14억달러 △작년 95억달러(추정) 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절반으로 줄었다. 환율과 유가가 올해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란 전망 속에 또다시 흑자 규모가 반감된다면 2003년 이후 적자 반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월드컵을 계기로 실질적인 수출과 경상수지 개선 전략이 필요한 때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