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의 산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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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장식은 유난스러울 정도다.
상점들은 물론 일반 가정집들도 화려하게 꾸민다.
집안을 정성스럽게 치장하는 한국과 달리,집 외부를 각종 불빛으로 현란스럽게 만든다.
지붕위에 썰매를 올려놓는 집도 있다.
어떤 마을은 그래서 동화나라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크리스마스의 백미는 역시 '산타클로스'.조금 규모가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에는 벌써부터 어김없이 긴 수염에 빨간색 모자와 옷을 입은 산타클로스들이 손님들을 맞고 있다.
전국 1천8백개의 대형몰에는 매년 12월 산타와 사진을 찍기위해 방문하는 어린이들이 평균 8천7백50명에 달한다는 통계(뉴욕의 국제쇼핑협회)가 있을 정도.산타클로스가 없으면 당연히 매출이 크게 줄어든다.
'산타클로스'는 이처럼 중요한 비즈니스가 됐다.
전국에 산타양성학교가 큰 것만 세개 있다.
이스트만코닥이 운영하는 산타플러스와 IPI, 찰스 하워스 스쿨 등이다.
이 세곳에서 매년 1천명 이상이 산타교육을 받은 뒤 필요한 쇼핑몰과 백화점에 배치된다.
개별적으로 영업을 하는 '프리랜서'산타들도 많다.
12월 한달만 일하지만,활동지역과 턱수염의 질 등에 따라 5천∼3만달러의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산타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한 것은 70년대 폴라로이드 즉석사진이 나오면서 부터.90년대 디지털사진 붐은 산타없는 영업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산타비즈니스를 신장시켰다.
이렇게 호황만을 알던 산타비즈니스가 올해 처음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어린이들의 질문이 예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지금까지 주로 크리스마스선물에 관한 것을 물었다.
그러나 올핸 테러와 전쟁에 대한 질문들이 많아졌다.
다급해진 산타스쿨들은 테러과목을 신설하고 '나쁜 사람들이 테러를 일으켰지만 산타가 착한 어린이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모범답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제대로 이해시키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 맨해튼에서 10년 간 산타생활을 해온 토니 무어씨(52)는 '이젠 산타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라고 푸념한다.
산타비즈니스가 급격히 꺽이고 있는 소리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