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끝마무리가 경쟁력 .. 文輝昌 <서울대 국제경영학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얼마 전 한 학생이 찾아와 "취직을 해서 연수원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2주 정도 빠져야 될 상황인데 리포트 등으로 대체할 방법이 없냐"고 문의했다.
참으로 답답했다.
기업들이 왜 연수를 일찍 시작해서 대학교육을 부실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곤란하다'고 해 그 학생이 회사 연수 담당자에게 설명을 한즉 그 담당자는 상당히 의아해했다."요즘같이 취직하기 어려운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적당히 해결해 오는데 왜 당신만 못하느냐"는 것이다.담당 교수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기야 교수가 자기 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자기 고집을 피워 방해할 수가 있는가.
그러나 무엇이 정말 문제인가.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은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고,가장 큰 단점은 얼렁뚱땅 끝마무리를 하는 것이다.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기업연수를 시작함으로써 신입사원의 학교 끝마무리가 얼렁뚱땅 된다는 것이다.
수업시간 또는 시험 대신 리포트로 대체한다고 가정해 보자.연수원에서 짬짬이 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 것인가.
당연히 얼렁뚱땅할 것이고,그 리포트를 받은 교수 또한 대충 처리할 것이다.
그 학생의 기업연수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다.
그 학생은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하겠지만,앞으로 비슷한 일들이 생기면 또 이렇게 얼렁뚱땅 해결하려 할 것이다.
적당히 해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대학교육까지 16년,석사과정 대학원이면 18년 교육과정의 마지막도 얼렁뚱땅 해결했는데 무엇을 처리 못하겠는가.
따라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사원들에게 잘못된 인생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또는 대학원 교육의 정규학기는,한학점당 15시간 교수와 함께(contact hours) 수업을 진행하고 1시간은 시험으로 책정돼 16주를 기본으로 한다.예를 들어 3학점 과목인 경우 1주일에 3시간씩 16주 동안 모두 48시간을 채워야 한다. 선진국 일류대학의 경우 두번 이상 수업에 빠지면 학점을 못받는 경우가 보통이다.
대학교육에서 마지막 2∼3주간의 수업은 특히 중요하다.
그 동안 배운 것을 종합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업에 빠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학기말이 다가오면 프로젝트 발표,리포트,시험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여야 한다.
외국대학의 경우 도서관과 컴퓨터실에는 밤새도록 불이 켜져 있고,자리가 모자라 학교 앞 카페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그룹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외국의 좋은 대학에서 인기학과 석사학위를 받으면 연봉이 두배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2년간 투자인데 우리나라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연봉이 두배로 높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2년 정도의 경력이라도 고려해 주면 다행이다.
이러니 우리나라 일류대학들의 석사·박사과정 지원자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대학자체가 경쟁력있는 교육으로 경쟁력있는 학생들을 배출해야 한다.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교수는 학생들의 편의를 적당히 봐 줄 것이 아니라,원칙과 내실있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수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학생들의 수요자인 기업이 도와주어야 한다.
해결방법은 아주 쉽다.
기업연수를 조금만 늦추면 된다.
물건이 완성되기도 전에 가져가서 쓰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우물물을 떠서 숭늉처럼 마시겠다니…."기업체에서 몇주만 더 기다려 주시면 우리 교수들이 끝 마무리를 잘 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천하의 명품과 2등품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재료도 같고,만드는 방법도 같아 보이는 데 무슨 차이인가.
바로 끝마무리의 차이에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도 최후의 승자는 끝마무리를 잘 하는 편이다.
골프경기에서 드라이버 샷은 쇼 윈도,퍼팅은 현금이라고 한다.
끝마무리가 경쟁력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의 향상을 위해 거창한 계획을 세우거나,돈 타령만 할 것이 아니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좋은 방법을 많이 찾을 수 있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