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는 IMF 경제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연구개발투자가 지난해에 97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 기업 모두 합쳐 13조8천4백억원으로 97년의 12조1천8백억원을 넘었고 GDP대비로는 2.68%를 기록해 97년의 2.69%에 거의 근접했다. 과기부는 또 기술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연구개발비 지출규모에서 세계 10위권,GDP대비 비중으로는 세계 5위권이라면 언제까지 투입측면만 강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낮으니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또 몇몇 신기술 분야는 기술수준의 격차가 선진국에 비해 작으니 집중투자를 하면 대등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투자의 정당성을 위해 기술수준을 들먹이는 정도에 비하면 투자의 결과로서 기술수준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또 얼마나 향상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준을 묻고 평균치를 내는 정도를 탈피한 지표개발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도대체 기술수준은 과학적 측정이 불가능한 것인가. 1950년대 유럽은 미국과의 '기술적 갭'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70년대에 들어 두려움이 완화되는가 싶더니 일본의 등장은 다시 기술적 갭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유럽 전역에는 '갭해소 정책(Anti-Gap Policy)'이 등장했고,이에 대한 과학적 반응으로 기술수준 및 격차를 정확히 측정하려는 과학적 방법론,즉 테크노메트릭스(technometrics)가 출현했다. 제품별로 사용자가 바라는 효용을 얻기 위해 개발자가 제어하는 '기술모수(parameter)'와 기술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기능모수'들의 상세한 분석을 토대로 국제적인 기술수준 비교가 시도됐다. 제품에서 산업으로,산업에서 국가차원으로 이어진 테크노메트릭스의 결과는 유럽 각국의 기술개발 전략과 목표관리에 활용됐고,유럽공동의 연구개발프로그램을 탄생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묘하게도 연구개발투자가 GDP의 2%를 넘어선 것과 흐름이 같았다. 우리가 GDP의 2%벽을 돌파한 것은 지난 92년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학적인 측정방법론에 기초한 기술수준의 좌표설정이나 목표관리가 없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임이 분명하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