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캉(富康)"은 베이징의 중산층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자동차다. 최근 이 자동차 가격이 10만위안(1위안=약 1백50원)이하로 떨어졌다. 6개월 전보다 약 3만위안,1년 전보다는 약 5만위안이 내렸다. 가격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내 "푸캉"매장에는 몰려든 구매자들로 늘 북적댄다. 주문한 뒤 몇개월 기다려야 할 판이다. 주문 그 이튿날 차를 뽑을 수 있었던 3개월 전과는 너무도 다르다. "푸캉"매장의 급격한 변화 뒤에는 "WTO(세계무역기구)가 있다. 외국자동차 수입관세가 떨어지기도 전에 중국산 자동차값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 카타르 도하 WTO 총회에서 중국 가입안이 통과된 지 1개월.중국 서민들은 그렇게 WTO 가입을 실감하고 있다. 서점에도 "WTO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王府井)에 자리잡은 왕푸징서점.이곳에 각종 WTO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WTO코너"가 있다. 기자가 들렀던 1시간여 동안 이 코너앞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직원에게 "WTO코너"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잭 웰치 자서전"이라고 한다. "WTO바람"은 대학 캠퍼스에도 불었다. 베이징대학에 들어서자 각종 WTO관련 특강,세미나 등을 알리는 포스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가 중관춘(中關村)에서 만난 런민(人民)대학 법학과 4학년 민용궈 학생은 "취직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졸업을 앞둔 그는 3개월 전부터 미국계 법률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해왔단다. 그는 오히려 법률사무소를 계속 다닐지,유학을 갈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 중국인 친구는 "은행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은행 직원들이 최근 들어 매우 상냥해졌다는 얘기였다. 그는 "중국 은행원들은 흔히 "소(牛)"에 비유될 만큼 무뚝뚝하고 거만했다"며 "이제는 조금씩 양(羊)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 상업은행들은 외국은행과의 경쟁에 대비,직원들에게 친절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TO는 이렇게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국민)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