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어렵사리 개발한 유럽형 휴대전화 핵심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됐다는 것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대상이 IT분야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이제는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기술유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번 기술유출은 중국기업이 국내에 설립한 별도법인을 매개로 하여 이미 핵심기술을 중국측에 넘겨준 직원을 여기에 입사시키는 다소 새로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다음 기술을 도둑맞은 기업과 이미 맺은 수출계약을 취소하고 현지법인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공급받았던 것이다. 해외로 기술을 빼돌린 산업스파이 사건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92년에는 카오디오 핵심기술과 기술인력이 홍콩으로 유출되면서 수십개의 국내업체들이 도산했고,98년에는 반도체 기술이 대만에 유출되면서 무려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기도 했다. 또 얼마전에는 초고속통신망 등 핵심기술이 재미교포를 통해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이런 일련의 기술유출 사건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기술유출을 노린 산업스파이는 좀체 적발하기 힘들고 인지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특히 갈수록 지능적인 수법이 동원되고 있고 보면 단지 드러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은 결코 아니다. 핵심기술은 일단 유출되면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해당기업의 기술개발비나 기회비용 차원에서의 손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관련산업의 경쟁력 약화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국가경제적으로 막대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대상이 중국이라면 이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의 기술보안 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처벌의 근거나 정도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영업비밀보호 만을 다룬 통일영업비밀보호법과 함께 경제스파이법을 제정ㆍ운영하면서 기술유출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우리처럼 부정경쟁방지법에 영업비밀보호를 담고 있는 일본도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별도의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제는 정부와 기업 모두 부정한 기술유출 방지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기업은 기업대로 기술에 대한 보안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고, 정부도 보다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를 검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