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1부 : (2) 펑펑쓰는 정치자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 정치는 한마디로 '돈정치'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연봉은 각종 수당을 감안해도 8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연 평균 1회씩 여는 개인후원회를 통해 얻는 수입(평균 2억원)을 합쳐도 3억원에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연간 씀씀이는 평균 4억원대를 웃돈다.
중진급이 되면 씀씀이가 이보다 50% 이상 커진다.
개인후원회를 통해 3억원 이상을 끌어들이는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의원들의 공식 대차대조표는 한마디로 '적자'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선거철이 되면 상황은 보다 심각해진다.
총선의 경우 '40억원을 쏟아부으면 당선되고 30억원을 투자하면 떨어진다'는 이른바 '40당 30락'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각종 기업관련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들이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리스트정국'의 중심에 서있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정치자금에 부담을 느끼기는 정치인 자신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 정치인 대차대조표는 '적자' =수도권 재선 A의원의 경우 지구당 관리비로 월 평균 2천여만원을 쓴다.
지구당 인건비 3백만원(직원 2명), 사무실 운영비 2백만원, 경조사비 5백만∼1천여만원(봄.가을 1천만원), 조직활동비 3백만원, 행사후원 등 기타경비 2백여만원 등이 주요 내역이다.
정치권이 지구당을 '돈 먹는 하마'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대외활동을 위한 품위유지비 1천여만원을 합치면 한 달에 쓰는 경비는 3천여만원으로 늘어난다.
연말 의정활동 보고서(3천만∼4천만원) 작성비를 추가하면 1년간 사용하는 정치자금은 대략 4억여원에 이른다.
대선주자들의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1백여평의 사무실에 상근직원 20∼30여명이 근무해 캠프 운영비만 월 평균 억대를 넘는다.
최근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 대규모 후원회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한 대선주자는 "2만여명이 참석하는 후원회를 한번 여는데 최소 5억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 각종 선거는 돈잔치 =민주당의 한 상임고문은 "지난해 최고위원 경선 때 6억원을 썼다"고 고백했다.
당시 일부 후보는 10억원 이상을 썼다는 얘기도 파다했다.
이는 국회의원 선거비용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영남권에서 당선된 모 의원은 사석에서 "수십억원을 썼다"고 실토했다.
모 정당 부총재는 "40억원을 쓰고 지역구에서 당선된다면 아까울게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모 초선의원은 "지난 선거 때 중앙당에서 내려온 5천만원이 한 시간도 안돼 바닥이 나더라"고 혀를 찼다.
다른 재선의원은 "일당 3만원(선거막판에는 5만원)짜리 자원봉사자 3백여명을 선거기간 동안 운영하는데 2억여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5천만원에서 1억원이 드는 정당 연설회와 백중지역에 뿌려지는 5천만∼5억원 상당의 중앙당 '실탄', 비공식 후원금 등 선거비용은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금배지를 다는데 투입되는 돈이 법정 선거비용(전국 평균 1억1천6백만원)의 수십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모지역 보궐선거를 놓고 50억원 사용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결국 송사로 이어진 것도 이런 개연성의 반영인 셈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김영규 정치부장(팀장) 김영근 차장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정태웅 김동욱 윤기동(정치부) 이학영 차장 오형규(경제부) 손희식 이심기(산업부) 김호영(건설부동산부) 강현철(기획부) 서화동(문화부) 김도경(사회부) 김현석 기자(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