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프로골프계의 큰 수확중 하나로 이지희(22.LG화재)를 빼놓을 수 없다. 일본LPGA무대 데뷔 첫해에 1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킨 이지희는 다음주중 JLPGA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올해의 신인상" 수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녀의 꿈은 원래 화가였다. 서울 반포 원촌초등학교에 다닐 때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하며 소질을 발휘했다. 그러나 미술 특기를 살리기 위해 지원한 중학교에 낙방하면서 꿈을 접었다. 대신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골프로 인생의 항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지희는 골프 입문 후 2년 가량 지나 '싱글'이 됐다. "80타대까지는 어느 정도 하면 누구나 도달할 수 있지만 70타대 진입은 상당히 어려워요.일단 쇼트게임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해요.3∼4번 실수하면 70타대는 못칩니다. 경험을 쌓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어요" 이지희의 외모는 온순하고 다소곳하다. 그러나 그녀의 골프는 다분히 공격적이다. 결정적인 순간엔 해저드를 넘겨 바로 그린을 공략하는 대담성을 보인다. 매치플레이를 매우 좋아하는 '싸움닭' 스타일이다. 그녀의 장기는 드라이버샷. 2백40∼2백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면서 볼을 페어웨이에 정확하게 떨군다. '드라이버샷 OB'를 낸 적이 없을 정도다. 이지희와 한 조가 된 선수들은 그녀의 드라이버샷에 중압감을 느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올해 기량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지난 겨울 미국 올랜도 동계훈련이 큰 밑거름이 됐다. "처음에 유명한 레슨프로를 찾아갔지요.그런데 이 사람이 한국선수만 오면 돈을 밝히는 사람으로 변질돼 있더라구요.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가 동료 이정연 프로의 소개로 닉 팔도 스쿨에 있는 칩 케이키(38)라는 코치를 소개받았지요.플래트한 스윙을 업라이트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샷 감각이 매우 좋아졌어요" 특히 예전에 벙커샷을 하면 성공률이 절반에도 못미쳤으나 샌드 세이브율이 80∼90%에 달할 정도로 좋아졌다. 시즌 중에도 스윙을 컴퓨터에 담아 이메일로 보내 그에게서 점검을 받았다.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이근호씨(53)는 딸에 대해 '방목'에 가까울 정도로 간섭을 안했다. 지금까지 딸의 라운드를 직접 가서 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항상 혼자 다닌다고 해서 딸에게는 '독립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지희는 "중·고등학교시절 지하철 시외버스 택시 타고 골프장 다닌 선수는 나뿐일 것"이라며 웃는다. 그녀는 이제야 아버지가 스스로 크는 법을 가르쳤다는 것을 안다. 그녀의 꿈은 구옥희도 오르지 못한 JLPGA투어 상금왕이다. 그 다음은 미국무대 평정이다. 글=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