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토리] 물위에서의 하룻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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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쾰른과 뒤셀도르프는 서로 인접해 있는 지방 도시다.
라인 강변에 자리 잡은 두 도시는 서로 이웃이지만 상호 배타적이고 경쟁적이다.
특히 맥주에 관해 더 그렇다.
쾰른에선 자기 지역 전통맥주를 '쾰시'라고 부르고 뒤셀도르프는 '알트비어'라고 한다.
이 두가지는 짙은 갈색 맥주로 무척이나 맛이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중 알트비어가 조금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쾰시는 약간 쌉쌀한 데 비해 알트비어는 구수해서 한국인의 입맛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쾰른의 식당에 들어가 맥주를 시키면서 "알트비어 하나 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주문을 받던 종업원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맥주를 파는 곳입니다.그런 구정물은 팔지 않습니다"
이 두 도시가 맥주만큼이나 서로 경쟁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메세(Messe·박람회)다.
양 도시는 매년 20여개의 박람회를 열어 그때마다 전세계로부터 4만명에서 20여만명 정도의 바이어들을 끌어 모은다.
지난 10월말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박람회(K 2001)는 무려 23만명의 바이어와 관람객을 유치했다.
이어 11월 열린 의료기기전시회(MEDICA)도 13만명의 바이어를 끌어들였다.
쾰른에서 열리는 박람회도 비슷한 수준이다.
2년마다 열리는 포토키나(photokina)는 적어도 16만명 이상을 유치한다.
때문에 메세 기간엔 이 두 도시에서 50㎞ 이내에 호텔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에도 민박 등을 통해 이렇게 많은 관람객들을 유치해낸다.
두 도시는 오랜 경험을 통해 관람객 유치에 갖가지 비법을 개발해냈다.
그 중 가장 색다른 방법이 선박을 이용하는 것이다.
양 도시를 오가는 '쾰른-뒤셀도르퍼'라는 선박을 활용한다.
이 선박들은 겉보기엔 여객선과 꼭 같다.
그러나 이 배 안에 들어가 보면 선박이 아니라 호텔이다.
포토키나 전시회 때 이 배를 타고 라인강물 위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선창 너머로 보이는 고딕식 쾰른성당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 배에서 묵은 뒤 다음날 전시장에 들어서면 엄청나게 밀려드는 관람객을 보고 또 다시 놀라게 된다.
이제 곧 한국과 일본에서 '월드컵'이 열린다.
몰려오는 관람객을 독특한 방법으로 유치하는 것도 벤처 비즈니스라는 점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한강물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하거나 현해탄에 호텔 선박을 띄우진 않더라도 우리는 일본과의 관람객 유치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모든 부문에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쾰른과 뒤셀도르프는 같은 나라의 도시인데도 맥주에서 메세까지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는가.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