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의 탄생과 소멸은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94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국내외 연구기관과 시민단체, 관련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승용차사업 신규진출을 허용했다. 삼성이 자동차시장에 진출하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은 과당경쟁에 빠져들 것이란 현실분석을 앞세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강력 반대했으나, 삼성자동차는 95년 3월 결국 출범했다. 지금도 관련업계에서는 부산에 대한 지역적 배려 차원에서 김영삼 정부가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을 허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부산 경남에 기반을 둔 김영삼 정부가 무리인줄 알면서도 삼성의 승용차사업을 허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삼성자동차는 경제정책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나쁜 결과를 낳게 된다는 사실만 입증시켜준 채 출범 5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한때 대우그룹과 빅딜얘기가 오가기도 했으나 결렬돼 결국 부도처리됐다. 삼성자동차는 그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 지난해 4월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매각됐다. 같은해 11월에는 상용차도 퇴출됨으로써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출범 자체가 무리였다. 국내외 자동차시장이 수요 부진으로 기존업체들이 합병을 모색하던 터에 신규 진출,심각한 견제를 받았다. 기술력 있는 부품업체를 확보하지 못한 문제도 노출해 판매부진과 자금난으로 10개월간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삼성자동차는 르노삼성차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난해 9월7일 재출범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삼성자동차 부채 상환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삼성 간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