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더 깊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10일 달러 및 유로에 대해 8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 환율은 전날 종가에 비해 0.52엔 오른 1백26.02엔에 마감됐다. 장중엔 1백26.38엔까지 올라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유로에 대한 엔 환율도 전날 종가에 비해 55엔 오른 1백12.26엔까지 상승했다. 11일 도쿄시장에서는 연일 급등한 데 따른 조정으로 엔화는 달러에 대해 1백25.80∼1백25.95엔대에서 거래됐다. 엔화는 9·11 테러참사 직후 달러당 1백15.83엔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불과 3개월 만에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9% 가까이 떨어졌다. 10일 뉴욕 시장에서는 일본의 10월중 기계 주문이 전달 대비 10.1%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또 12일 일본중앙은행(BOJ)이 발표하는 단기 기업경기실사지수인 단칸지수가 3년래 최저치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일본의 인사들이 엔화 약세 용인을 암시하는 발언을 잇따라 한 것도 엔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의 악화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전문가들은 "각종 지표들이 일본의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만간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최근 3년간 최고치인 지난 4월의 1백26.84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