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주최 '외환위기후 한국금융 변화' 특별좌담] 은행소유 규제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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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제2의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차등보험료율 적용 등 예금보험기구의 사전적 위기예방 조치가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스테판 잉베스 통화외환국장은 11일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공사 창립 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금융 위기를 경험한 나라는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한국의 금융부문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척된 만큼 이제는 예금보험공사가 사전적 위기예방 조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극복과 향후과제'를 주제로 개최된 이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양원근 예보 이사는 "공적자금중 손실이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실기금(Loss Fund)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포지엄 토론자들은 이에 앞서 10일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특별좌담회를 갖고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변화와 은행민영화 등을 주제로 폭넓은 대화를 가졌다.
한경종합연구소 최경환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잉베스 국장 외에 휴 패트릭 컬럼비아대 교수와 양 이사가 참석했다.
다음은 좌담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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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종합연구소장 =정부는 금융위기 당시 은행의 무수익여신(NPL) 규모를 과소평가했다.
나중에 더 많은 위기관리 비용이 들어갔다.
◇ 잉베스 국장 =문제는 부실채권의 규모다.
부실채권은 동태적이어서 계산하기가 어렵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부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 양원근 예금보험공사 이사 =은행들의 무수익여신을 정확하게 계산해 내기가 특히 어려웠다.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금융위기시에도 처음 계산보다 나중에 위기관리비용이 세배나 더 투입됐다.
◇ 잉베스 국장 =한국은 빠른 경제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
금융위기 관리의 마지막 단계라고 본다.
은행을 정부가 계속 소유하고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를 결정할 시점이다.
◇ 최 소장 =많은 금융회사들이 독립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 잉베스 국장 =금융위기 관리 기간에는 일정 기간동안 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정부가 은행을 민영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독립성 문제는 곧 해결되리라고 전망한다.
◇ 휴 패트릭 컬럼비아대 교수 =지금 은행들이 독립성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정부가 더욱 강력한 감독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 양 이사 =국유화된 은행을 민영화하는 업무를 예보가 담당하고 있다.
은행이 부실해졌다고 모두 한꺼번에 문을 닫게 해서는 금융시스템이 엉망이 된다.
예보가 적용한 방법은 은행을 죽이지 않고 문을 열어둔 상태에서 생존계획을 짜는 '비폐쇄형 지원방식(OBAs)'이었다.
◇ 잉베스 국장 =한국의 은행들은 민영화로 나아가야 한다.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금보험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정부당국의 감독기능 강화도 극복해 내야 한다.
핵심은 은행이 어떻게 대출을 결정하느냐다.
은행이 스스로 대출을 결정할 수 있도록 금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패트릭 교수 =한국은 은행 민영화와 관련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가 은행을 계속해서 소유하고 있으면 비효율적이고 자금운영이 왜곡될 것이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은행을 갖는 것도 한국인들은 원치 않고 있다.
대기업이 유일한 잠재적 인수자로 부상했다.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는데 반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강력한 감독규제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경영정보 공시와 함께 예금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 잉베스 국장 =정부가 균형을 찾는게 중요하다.
경제 규모, 은행의 수, 은행의 소유구조, 외국인 지분 등 가능한 모든 요소를 고려해 바람직한 은행의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최 소장 =정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할 계획이다.
◇ 패트릭 교수 =기업지배구조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를 누가 고용하고 해고하느냐가 핵심이다.
은행 경영진을 감시할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 최 소장 =한국의 기업부문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패트릭 교수 =대기업들의 기업지배구조가 향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개혁의 속도가 빠르고 깊이가 있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 멀다.
기업지배구조와 함께 공중의 지배구조(Public Governance)도 중요하다.
사회적 환경이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 최 소장 =예보가 금융위기 과정에서 맡아온 역할에 대한 평가는.
◇ 잉베스 국장 =각국의 예금보험 기능을 비교평가하기란 어렵다.
미국은 은행이 8천여개에 달한다.
은행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모든 예금자가 부담을 나누어 지거나 세금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해결하는 방안이다.
이 역시 은행의 모든 예금계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 양 이사 =공적자금은 종잣돈(Seed Money)이다.
80년대 미국에서 발생했던 저축대부조합(S&L) 위기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차등보험료율제도를 도입, 도덕적 해이를 방지했다.
여건이 갖춰지면 한국도 차등보험료율제도를 조만간 도입해야 한다.
◇ 잉베스 국장 =올해초부터 한국에도 예금부분보장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차등보험료율제도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 위기를 경험한 나라는 또 다시 금융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예금보험기능을 통해 사전적으로 금융 위기를 예방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