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인력 활용 현황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들은 물론 개도국들에 비해서도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성인력 활용 선진화 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이같은 여성인력의 열악한 활동 여건과 관련,개선 방안 등을 놓고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태홍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그 증가폭은 지난 5년간 0.3%포인트에 불과해 미국(1.1%포인트) 핀란드(2.5%포인트) 캐나다(2.7%포인트) 벨기에(4.9%포인트)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관리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8.8%로 약 50%에 달하는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한국의 관리자 직급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4%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개도국보다도 낮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남녀 임금격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 핀란드 호주 등 선진국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임금수준은 남성 임금의 70~80%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남성들이 받는 임금의 57.9%를 받고 있다는 것.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 여성 인력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공계나 경영학 전산학 등 취직이 잘 되는 전공을 택하는 사람이 적은데다 가사.육아부담,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옥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도 "대졸 여성들의 전공은 주로 인문계와 사범계에 편중돼 있고 이공계 석.박사 진학률도 저조하다"며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나 실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여성에 대한 직업훈련도 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여대생 대상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공공.직업교육 훈련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인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용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탁아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데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