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공적자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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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오늘은 매우 마뜩지 않게 여기실 얘기를 몇가지 드리고자 합니다.
IMF사태를 부른데 책임이 있는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중 딱한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입이 백개라도 그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한번 들어보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아는 분중에는 오래전에 D보험사 사장을 지낸 분이 있습니다.
사장직을 처음 맡았던 것은 IMF사태 발생시점에서 따져도 10년이 훨씬 지난 일인데 그때 일도 문제가 됐다는 얘깁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지만 아파트등에 대한 압류조치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금감위 예금보험공사 D보험 관계자 등이 하나같이 압류조치를 푸는 것은 자기들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할 일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요컨대 잘해야 본전인 구정물에 손담그기가 싫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마도 울화병이 겹쳐 그 분이 돌아가시자 관련기관 담당자들 간에도 너무 심했다는 자성론이 있었던 모양인데,공적자금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다른 금융기관 임직원의 경우도 비논리적인 사례가 결코 없지 않습니다.
당연히 금리가 높게 마련인 후순위채를 높은 금리로 발행했다는 게 재산압류의 이유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하는 것은 내 주변 분들이 딱하게 여겨지기 때문만은 결코 아닙니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배상책임을 묻는데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좀더 부연해서 설명한다면 주식회사 이사의 업무상 배상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시효는 언제까지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 발표와 그 전달과정에 잘못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주식회사 임원의 회사에 대한 배상책임시효가 일반적인 채권소멸시효와 동일한 성질의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겠지만,그렇다고 10년 이상 무한정 지속된다고 본다면 문제가 적지않습니다.
언제 배상책임이 제기돼 집이 압류될 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엄청난 숫자에 달한다는 것은 이른바 '법률적 안정'을 운위할 일도 아닙니다.
그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런 사람들과 각종 형태의 거래나 계약을 해야하는 제3자들도 뜻밖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상법에서 정한 주식회사 임원의 '충실의무'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차제에 짚고 넘어가야할 일입니다.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다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은행 종합금융 보험사의 관행화된 의사결정과정을 감안하면 '해당 대출에 반대했다는 이사회 회의록 기재가 없으면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는 식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IMF로 인한 공적자금 투입이 지금까지 말씀드린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적자금이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것은 분명하지만,그렇다고 부실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해 분노하고 그 관계자들을 매도하는 것만이 꼭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그런 점에서 감사원 특감결과가 "공적자금을 부실금융기관 임직원과 부실기업주들이 7조원 이상 빼돌렸다"는 식으로 전달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이 7조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는 '사실'과 7조원 이상 빼돌렸다는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는 물론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지만,따지고보면 엄청나게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일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가 되풀이하고 있는 이성적이지 못한 행태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공적자금문제에 대해 모두가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정책적 '판단'에 대해 공무원들이 민사상 책임을 지지않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금융기관 종사자도 부당한 이득이나 도덕적 해이가 없는 한 판단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 아닌지,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한계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옳은지,등등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본사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