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미스터리작가 리처드 프레스턴의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감염지대'는 1995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32주나 연속으로 올랐던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이 바이러스를 에이즈보다 무서운 살인세균으로 묘사했다. "에볼라에 감염되면 1주일쯤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고열이 나고 입술에 검은 반점이 생기며 눈이 루비색으로 변한다. 내출혈이 일어나고 안면피부 연결조직이 해체돼 뼈와 피부가 분리되며 끊임없이 구토를 하다 1주일 안에 죽는다. 치사율이 90%를 넘는다" 증세가 유행성출혈열과 흡사해 에볼라출혈열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에볼라'라는 이 괴질 바이러스의 이름은 독일의 미생물학자 마르부르크가 67년 에볼라강이 흐르는 아프리카 자이르 북부 분바지역에서 발견한데서 유래했다. 당시 발병 사망자는 8백여명이었다. 그 뒤 95년 자이르에서 다시 발생해 2백50여명이 숨졌으며 지난해는 가봉과 우간다에서도 1백40여명이 희생됐다. 한 때 에볼라 바이러스의 자연숙주를 원숭이로 추정했던 적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숙주가 밝혀져야 백신이나 치료약도 개발될텐데 숙주는 아직 모른다. 감염자의 혈액이나 타액 체액 등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가봉과 콩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다시 발생해 에볼라출혈열로 이미 3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에볼라의 치사율이나 전염속도를 생각하면 세계의 걱정거리다. WHO의 경고처럼 전염병시대가 다시 오고 있는 것일까. 요즘 국내의 한 업체가 만든 도시락을 먹고 5백20여명이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겨울철 이질소동도 그렇고 근래에 되살아 나기 시작한 홍역이나 결핵 등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웃브레이크'를 쓴 로빈 쿡은 의사출신 작가의 상상력으로 3주안이면 지구 구석구석 퍼지는 공기감염 돌연변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설속에 등장시켜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의 말대로 14세기는 페스트,20세기는 에이즈,21세기는 에볼라출혈열의 세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섬뜩해진다.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