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붕괴와 미군 공습, 파슈툰족 반(反) 탈레반 군벌 동부동맹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알-카에다가 11일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 동부동맹 모하메드 자만 사령관은 이날 토라보라 일대에서 지난 8일 간 자신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알-카에다측이 항복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알-카에다의 항복선언은 사실일 경우 미국 주도의 대(對) 테러 전쟁에서 중대한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항복 배경과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반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카에다가 항복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 그리고 항복선언이 오사마빈 라덴을 포함한 병력 전원이 항복하겠다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결사항전을 외치던 알-카에다가 갑자기 항복을 택한 이유도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알-카에다의 붕괴는 시간 문제일 뿐 이미 오래 전부터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알-카에다는 미군 공습이 3개월째 접어들고 탈레반이 붕괴하면서 토라보라산악지대로 퇴각했으나 파슈툰족 반 탈레반 군벌의 압박 공격으로 장기적인 게릴라전마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모두 예측하면서도 결사항전을 외쳤던 알-카에다가갑자기 항복을 택한 데는 빈 라덴 등 지도부의 탈출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벌기 등의꿍꿍이 속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알-카에다가 미군의 폭격과 동부동맹의 지상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유일한탈출로인 파키스탄 국경마저 파키스탄 군에 의해 봉쇄되자 마지막으로 항복선언으로동부동맹의 공격을 멈추게 한 뒤 지도부 탈출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리처드 마이어스 미국 합참의장이 "알-카에다의 항복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토라보라 동굴지역에 대한 휴전명령도 내리지 않았다"며 항복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지역에 대한 공습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영국 BBC 방송기자 역시 알-카에다 지도부 내부에 항복에대한 이견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혀 항복 후에도 일부 세력이 끝까지 저항할 가능성이있음을 시사했다. 미군에 붙잡히느니 순교의 길을 택하겠다며 최후의 순간에 자신을 사살하라는명령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과 핵심 추종세력이 투항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 아프간 내 알-카에다 세력들이 투항하더라도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활동거점을 둔 알-카에다 조직 자체는 그대로 살아남아 테러활동을 계속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빈 라덴은 끝까지 저항하다 죽는 길을 택하는 대신 부하들을 투항시켜 세계 각국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에게 `피의 복수'를 명령하는 메시지를 남겼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프간 내 알-카에다 세력의 괴멸은 예정된 순서였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항복선언은 미국 대(對) 테러전쟁의 한 단계가 마무리되고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한더 어려운 다음 단계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