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hyun@moge.go.kr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는 우리나라의 송년회를 너무 우울하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겉으로는 유쾌한 척하지만 몸을 망치며 억지로 술을 마시는 모습이 안돼 보였다는 뜻일 게다. 회식에 참석하는 것을 스스로 출전(出戰)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술자리 모임은 단단한 각오를 필요로 한다. 그 의지가 지나쳐 국회의원과 장성들의 회식에서 술잔이 날아가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고,신입생을 환영한다는 대학생 모임이 술로 인해 죽음을 부르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어느 대학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흐트러진 몸 동작과 말로 여성들에게 모욕감을 주다가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사과를 했고,기자들과의 회식에서 말실수를 한 고위 공무원이 사표를 제출한 일도 있었다. 올 연말에도 '직원들의 단합을 위해'술자리 회식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여성부가 한 설문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회식 후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준다'가 절반 이상이고 '업무능률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45%나 된다. 직장 밖의 여러가지 친목모임도 많아 식당이나 술집 예약이 넘치는 상태라고 한다. 기꺼이 참석하는 모임일 테지만 그중에는 소위 알코올 연줄을 맺기 위해 가야 하는 모임도 있다. 음주 중심의 잘못된 회식모임을 고쳐 나가기 위한 바람이 일고 있다. 저녁 술자리 대신 특색있고 맛있는 점심모임으로 대체하는 회사도 있고 신세대가 많은 직장에서는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가벼운 저녁을 먹고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는 곳도 있다. 영화나 연극 등 테마가 있는 회식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도 돋보인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신선한 송년회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금년 연말은 특별기획으로 토요일 오후 대학로 극장가에서 '가슴이 뭉클한 삶의 행복을 가르쳐 주는 연극'한 편을 함께 관람하고자 합니다.가족 동반으로 오셔서 연극을 본 후 인근 한정식집에서 즐거운 식사를 같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