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금융 융합시장은 아직 판이 짜여지지 않은 이머징 마켓이다. 그런 만큼 어느 업종이 주도권을 잡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다. 주도권 경쟁보다는 다양한 협력을 맺는 관계로 공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동통신 업체들이 모바일 금융의 핵심 프로세스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본격적인 금융업 진출을 시도할 것이다. 금융기관으로서는 거꾸로 이통업체들을 통신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단순한 영역에 묶어두려 할 것이다. 자신들은 이통업체의 네트워크를 임차한 다음 모바일 금융서비스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MVNO(모바일 가상 네트워크 운영자)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관련, 데이터퀘스트가 지난해말 일본과 유럽의 이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흥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 업체들은 금융기관을 협력자로 인식하는 반면 유럽의 경우는 경쟁자로 간주한다는 응답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존 통신이나 금융업체가 아닌 제3의 기업이 경쟁 구도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굴지의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10년 후에는 고객관계를 바탕으로 비즈니스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고객관계 비즈니스란 한마디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개념. 시스코는 다시 말해 주 업종을 통신장비에서 통신과 금융이 융합된 업종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미디어 재벌인 버텔스만은 GPRS(GSM의 2.5세대 기술)와 3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추진중이다. MVNO 사업을 통해 유럽지역 모바일 금융서비스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안현실 <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