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야 놀자"에서 절에 갔던 조직폭력배가 이번에는 고교로 갔다. 14일 전국개봉돼 해외블록버스터 "해리포터"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액션코미디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감독 윤제균).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몸"을 신조로 삼는 조폭이 통쾌한 액션으로 학원비리를 척결하는 영웅담이다. 관람객들은 "역시 조폭만이 학원비리를 해결할 수 있어"란 자조섞인 농담을 내뱉으며 극장문을 나선다. 주인공인 조폭중간보스 계두식역의 정준호(31)는 영화인생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아나키스트""싸이렌""흑수선" 등에 출연했지만 관객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정(靜)적인 이미지의 배역으로 관객들에게 부담을 줬습니다.이번에는 어깨에 힘을 빼고 옆집 오빠처럼 다가서는데 주력했습니다.이번 영화를 계기로 코미디배우로 자신감을 얻었읍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선한 눈매의 정준호 특유의 이미지가 착한 천성의 극중 캐릭터와 어울린다. 그는 여기서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조폭중간보스란 신분을 감춘채 고교에 편입한다. 조직을 이끌려면 가방끈도 길어야 한다는 보스의 엄명 때문. 그는 학교생활에서 눈을 부릅뜨기 보다는 살짝 내리깐 모습으로 "이웃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선다. 고교 불량배들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낸다. 노래방에서 가수 김흥국의 콧수염을 붙인채 온 몸을 흔들며 "앗싸 호랑나비"를 열창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불학무지의 캐릭터도 폭소를 유발한다. "이 메일 주소는 있지?" "서울시 중구 명동" "다음 카페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음,우리 구역인가" "처음 일주일정도는 코믹연기가 익숙지 않아 썰렁했어요.매맞고 때리는 배역도 처음이었고요."나를 망가뜨리자"고 결심한 뒤 20대초반의 출연진들과 사귀게 됐지요.관객과 저와의 벽을 허무는 작업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는 극중에서도 여고생 짝 윤주(오승은)에게 마음이 끌린다. 화장기없는 청초한 얼굴로 감히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가 상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윤주가 학원비리의 희생양이 되자 결국 "학원접수"를 선언하고 "피튀기는" 액션연기로 반전한다. 그는 "코미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가볍고 진부하지 않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중 고교는 깡패가 들끓고,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때리며,이사장이 여선생을 희롱하며,돈모으기 급급한 재단이 성적조작을 거부하는 교사를 자의대로 해고시키는 말그대로 복마전이다. 조폭들이 지배하는 나이트클럽과 다를게 없다.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이 치외법권지역으로 변질되고 있는 교육현장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극중 캐릭터에 감응한 탓인지 영화에서처럼 학교행을 실제로 선언했다. 얼마전 수능시험을 치뤘고,경희대 등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상태. 줄곧 연기 생활만 해왔던 그가 더 나이들기 전에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연기와 영화연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임창재 감독의 공포물 "하얀방"에서 형사역으로 캐스팅된 그는 이제 연기인생의 정점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내용 ] 조폭세계에서 주먹으로 중간보스에 고속승진한 계두식은 학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견제를 받는다.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보스의 명령에 따라 학교에 편입해 갖가지 목불인견의 현장을 체험한다. 깡패에게 선생이 구타당하고,재단횡포를 거부하는 선생은 해고된다. 계두식은 재단의 전횡이 극에 달하자 마침내 봉기한다. 계두식의 부하중 대졸자 김상두(정웅인)가 여선생과 벌이는 로맨스,일자무식의 다른 부하 대가리(정운택)의 엉뚱함이 조미료처럼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