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연말. 한해를 정리하고 새 도약을 준비하는 송년음악회들이 풍성하다. 올해는 세계무대에서 활동중인 한국 바이올리니스트와 성악가들의 무대가 여느 해보다 눈길을 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장영주, 소프라노 조수미와 신영옥이 귀국연주회를 갖는다. 올들어 저마다 1~2장씩의 음반을 낸 이들의 공연은 연말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찌를 듯한 인기에 어울리게 입장권 판매도 순조로워 일부 공연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빅4'중 정경화의 무대가 먼저 마련된다. 세종 솔로이스츠앙상블 협연으로 14일 울산에 이어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정경화는 폭발적인 파워와 탁월한 기교로 전세계 클래식팬들을 매료시킨 첫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세월이 흘러 파워는 줄어들었지만 음악성은 한층 깊어졌다. 올초 발매한 앨범 '사계'는 3만장 이상 판매돼 팬들의 애정이 식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자연에 대한 충만한 은혜가 스며있는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정경화는 이달들어 '사계'로 대만과 일본 등지에서 공연했고 국내 무대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천재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도 22~27일 서울 대구 부산 대전 등지에서 전국순회 공연을 갖는다. 연말 전국 투어는 3년만의 일이다. 지난 10월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가진 내한 연주회에서 장영주는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했음을 과시했다. 최근 앨범 '불과 얼음'도 발매 한달여만에 2만장을 넘어섰다. 첫 트랙에 수록된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은 뛰어난 기교와 리듬감으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타고난 열정과 뛰어난 곡 해석력의 천재'(주빈 메타) '내가 본 가장 완벽하고 이상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예후디 메뉴힌) 등 그녀에게 쏟아지는 찬사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레퍼토리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곡들로 마련됐다. 라벨의 '치간느'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 작품25'과 '지고이네르바이젠 작품20' 샤브리에의 '스페인광시곡' 드보르작의 '슬라브무곡 작품 46의8' 등이다. 이번 투어에는 지오르다노 벨린켐피가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이 협연한다. 신영옥은 맑고 투명한 목소리와 세련된 무대 매너로 찬사받는 뉴욕 메트의 디바. 콜로라투라의 화려한 창법, 날개짓처럼 가볍고 우아한 연기로 세계 정상의 오페라무대에서 굳건히 섰다.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송년무대에선 신영옥이 가장 좋아하는 캐럴과 뮤지컬 넘버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 '실버벨', 뮤지컬 '사운드오브뮤직'중 '클라임 에브리 마운틴', '마이페어 레이디'중 '밤새도록 춤출수 있었는데' 등이다. "경기침체와 테러사태로 마음이 얼어 붙었지만 가족과 생명의 소중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온가족이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무대가 됐으면 합니다" 신영옥의 따뜻한 말처럼 연말 추위를 녹일 훈훈한 공연이 기대된다. 송년음악의 대미는 조수미가 장식한다. 조수미는 오는 29일과 31일 예술의 전당에서 '송년제야음악회'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송년제야음악회는 해마다 다른 프로그램과 출연진, 특별한 이벤트로 매진을 거듭해 온 예술의전당의 간판 연주회. 올해는 조수미의 인기에 힘입어 전좌석이 지난달 동났다. 1부는 유명 작곡가의 오페라 아리아로 꾸며진다.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텔 서곡' 벨리니의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중 '내 사랑하는 친구', 베르디의 '리골레토'중 '사랑의 이중창'. 2부는 요한슈트라우스의 '피치카토폴카' '비엔나숲속의 종달새 작품325' 등 신나고 흥겨운 폴카와 왈츠곡으로 이어진다. 31일에는 3부가 별도로 마련된다. 2002년 1월1일 0시 전후 조수미는 라데츠키의 '행진곡',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중 '축배의 노래' 등을 불러 희망찬 새해를 맞는다. 이날 무대는 제야의 밤을 축복하기 위해 불꽃놀이와 브라스밴드 연주가 로비에서 펼쳐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