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배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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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는 배달을 우편물이나 물품 따위를 가져다가 돌라줌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용사회가 정착되려면 약속대로 배달이 제대로 돼야 한다.
배달은 단순업무로 여간해선 사고가 날 것 같지 않은데도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배달사고는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달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 S여대는 우편물로 보낸 17건의 입학원서를 마감일을 하루 넘겼다는 이유로 반송처리했다.
학생들은 당일 배달되는 빠른 우편으로 원서를 보냈으나 해당 우체국이 분류과정에서 이를 보통우편물로 처리하는 바람에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를 탈 때 분류 잘못으로 짐가방이 다른 공항으로 배달돼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업무확인을 소홀히 한 결과 빚어지는 배달사고도 적지 않다.
한 대형할인점은 지난 추석때 주문받은 갈비세트 등 4백여건의 선물을 배달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
이 회사는 추석 특수에 대비,소형 택배사와 계약을 맺었으나 사기를 당한 결과였다.
일부 인터넷 서점도 대책없이 큰 폭의 할인을 내걸었다가 주문이 폭주하자 재고부족으로 배달 마비사태를 빚기도 했다.
최근들어서는 정치권 등에서도 이른바 배달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검은 돈의 수수와 관련된 것이니 드러나기도 어려운 성질의 것이겠는데,문제가 된 것만도 한둘이 아니고 보면 그런 느낌이 짙다.
선거자금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늘어나는 것도 배달사고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자금이 증발되지 않고 유권자까지 흘러가는 비율이 30%만 돼도 양심적인 조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은밀한 로비사건에는 큰 돈이 건네지게 마련이어서 흔히 배달사고가 등장한다.
최근의 '게이트'들에도 어김없이 배달사고 의혹이 일고 있다.
MCI코리아 진승현씨 사건에서도 진씨는 줬다고 하고 신광옥 법무부 차관은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민주당 당료 출신인 최택곤씨가 신 차관에게 준다며 가로챈 배달사고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하니 두고볼 일이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