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유럽은 동반자 관계를 강화했다. EU는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의 세번째 교역대상국이며,단일통화의 도입으로 보다 완전한 공동시장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한국과 유럽은 그동안 양자관계는 물론 수차례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통해 동반자관계 형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까지의 한국외교는 크게 대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통일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확보라는 정치적 축과 해외시장개척및 대외교역조건의 개선이라는 경제적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순방은 유럽과의 보다 긴밀한 정치·경제적 관계증진을 이루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외교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은 기존의 지평을 넘어서는 것이 돼야 한다. 과거 분단과 전쟁을 겪었던 신흥 독립국에서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자 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외교는 우리가 이루어 온 정치·경제적 성과를 널리 알리고,더 많은 국제적 지지를 얻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그러나 과거 자유진영의 맹방이라든지 경제강국의 이미지도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한단계 더 높은 국가목표를 추구해나갈 시기가 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외교의 지향은 국제사회에서 보다 존경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국가이미지 창출과 연관되어 있다. 이는 반드시 정치·경제적 패권국가의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창의력,개방된 사고, 그리고 국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에 대한 성실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유럽순방 중 논의된 정보화·세계화시대의 국제평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의 새로운 국가이미지 창출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보화 혁명에 의해 촉진된 지식경제는 자원에 의존했던 산업사회의 틀을 극복하는 패러다임으로 등장했으며,새로운 부를 창출할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한국은 이러한 정보화 추세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정보화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정보화외교의 확충은 세계화시대의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는 데 한국이 보다 기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기술개발과 혁신 뿐만 아니라,정보화와 세계화가 가져온 정보화격차를 해소하는 노력도 포함된다. 세계화시대에 있어 정보화 격차는 바로 국가간 빈부격차의 확대로 이어지게 되고,이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안보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이 추구할 세계평화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이제까지의 과제를 넘어 정보화와 세계화의 혜택을 모든 국가들이 골고루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범세계적 노력에 동참하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 문명간,종교간,민족간의 보다 개방된 대화와 협력의 추구는 세계평화를 위한 정치·경제적인 성과 뿐만 아니라 문화적,정신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성숙된 국가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과 유엔 의장을 맡고 있는 외교부장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점이 한국이 새로운 국가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존경받는 국가이미지의 창출은 이제까지 우리가 기울여 왔던 것 이상의 많은 책임과 노력을 수반한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전세계에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영예를 넘어 국가적인 명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가라는 사실 자체가 그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존경을 항구적으로 보존해주는 것은 아니다. 노벨평화상의 진정한 가치는 수상까지의 과정보다도 이를 명예롭게 지켜나가는 데 있고,후자는 몇배 많은 노력과 책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유럽순방 중 노벨평화상 1백주년 기념심포지엄과 유럽의회에서의 대통령 연설은 이제까지 정치 군사 경제적인 국가이익의 극대화라는 목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계평화를 향한 새로운 국가이미지 창출이라는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jslee01@mofat.g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