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활동 양성화'가 정경유착이란 검은 고리를 단절하는 주요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지난 10월22일 대표 발의한 '외국대리인 로비활동 공개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이 법안의 제정엔 정 의원 외에 한나라당 김홍신 남경필 의원, 민주당 허운나 신기남 의원 등 여야의원 48명이 두루 참여했다. 정몽준 의원은 "로비활동은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전제한 뒤 "비공식적.음성적인 로비가 입법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폐혜를 없애기 위해 적법한 절차속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로비활동을 인정하는게 필요하다"고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1946년 연방로비규제법(Federal Regulation of Lobbying Act)을 도입한 이후 투명한 정치문화를 정착시켜온 미국의 사례를 감안할때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사례 =로비활동을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청원권(the right to petition)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다. 로비는 뇌물이 오가는 부도덕한 거래가 아니라 떳떳한 권리주장의 행위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테두리 내에선 로비활동의 자유를 1백% 보장한다. 상원 하원에 이어 '제3원(院)'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것도 이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로비활동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는 철저하다. 로비스트들은 반드시 의회에 등록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또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 보수는 얼마이며 누가 보수를 지급하는지 등을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이밖의 보고사항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도 모두 연방의회기록을 통해 공표된다. 바로 이같은 까다로운 규정들이 존재하고 있기에 워싱턴 정가가 '로비스트들의 천국'이 되면서도 뇌물스캔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로비활동공개법'을 대폭 수용한 '외국 로비스트법'은 법 적용대상을 일단 '외국' 로비스트로 한정했다. 또 의회가 아닌 법무부장관에 등록토록 규정한 것도 미국과 다른 점이다. 그러나 관련 공무원과의 대면접촉을 금지했으며 6개월마다 '활동상황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회계장부와 기타 활동기록을 사무실에 비치토록 하는 등 로비활동의 투명성은 미국 못지 않게 강화했다. 다만 외국인 로비스트들에게만 로비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민주당 허운나 의원의 경우 "내국인에 대한 로비활동을 망라한 법규를 빨리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간 '인맥'과 '밀실거래'로 이뤄졌던 정치자금 수수관행이 발붙일 여건이 상당폭 줄어드는 등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