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보좌할 새 내각은 내년초 선을 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김 대통령이 정기국회를 끝내고 연말께 대폭개각을 단행,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고 집권후반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으나 현재 청와대의 기류는 연말개각은 없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상주(李相周) 청와대 비서실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개각설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도 유럽순방중 지난 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개각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내문제는 국내에 가서 얘기하자"며 언급을 피했다. 김 대통령이 연말 개각을 단행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 9일 종료된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 주요법안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정치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여당 총재직까지 버리고 국정에 전념하기로 한 만큼 빠르면임시국회가 끝나는 새해 1월이나 늦어도 2월까지는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경제회복 등 국가적 과제 수행에 매진하기 위해 여당 총재직을 사퇴했다"면서 "내각의 면모를 일신하고 효율성을높이기 위해 내년초에는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은 `DJP 공조' 파기로 인해 김 대통령이 집권후 처음으로 어느 누구의간섭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첫 DJ 독자내각'이라는 성격을 지니게된다. 우선 현역의원이나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는 장관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현재 입각해 있는 민주당 현역의원은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 장재식(張在植)산업자원, 김영환(金榮煥) 과학기술장관이며,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 한명숙 (韓明淑) 여성부장관 등도 당적을 갖고 있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한 만큼 당적을 갖고 있는 장관들은 교체될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간 3당 정책연합이 가동됐을 당시 민국당 몫으로입각했던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장관의 거취도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유엔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진 념(陳 稔)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팀의 대폭적인 물갈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나 최근들어 주가상승,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경제가 호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골격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이한동(李漢東) 총리의 거취. 이 총리의 경우 DJP 공조붕괴 직후부터 당쪽에서 줄곧 교체론을 제기해온 점과대통령선거와의 관련성 등을 고려할 때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총리실측에서는 행정전념을 위해 잔류한 점을 감안, 유임 기대도 걸고 있다. 차기 내각의 성격은 정치인 출신 보다는 각계의 명망가,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하는 `탈정치' 성향의 중립형 내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야당측 주장을 감안해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는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각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다음 개각에서 경제팀과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있으나 야당측이 요구하는 인사를 각료로 발탁하는 등의 거국중립내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선관리를 위한 중립내각은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나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