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만장자가 유언장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에겐 석유회사와 목장 주식 등을 물려줬지만 스물네살짜리 조카 손자 제이슨에게는 비디오테이프 12개만 달랑 남겨줬다. 매달 한개씩 12개의 과제를 완수하라는 엄명과 함께. "짠돌이 영감탱이 미쳤어요. 그냥 다른 친척들처럼 돈만 주면 될텐데 왜 나한테는…" 재벌 할아버지를 둔 덕택에 하는 일도 없이 흥청망청 돈을 쓰던 제이슨은 길길이 뛰었다. 그러나 '나의 대리인 해밀턴 변호사에게 과제 수행 결과를 보고하지 않고 성질대로 문제를 일으키면 한 푼도 없을 줄 알아라'는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돈과 인생에 관한 지혜를 담고 있는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짐 스토벌 지음,정지운 옮김,예지,1만5백원)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시각장애인이다. 그런데도 투자전문가와 기업가로 성공했으며 올림픽 국가대표 역도선수로도 활약했다. 미국내 1천3백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영화와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NTN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돈보다 지혜를 물려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잘못 키운 손자는 거액의 상속 재산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돈만 있고 지혜가 없다면 '세살짜리 아이가 총을 들고 있는 것'처럼 위험하다. 그래서 제이슨의 할아버지는 '물고기 잡는 방법'과 '그물'을 남긴 것이다. 펄펄 뛰던 제이슨은 대리인인 해밀턴 변호사 앞에서 시무룩하게 첫 테이프를 바라본다. '내일 아침 텍사스의 한 목장으로 가서 내가 어려울 때 만난 친구 거스를 만나라…' 그곳에서 4주동안 그는 물집이 터지고 얼굴이 시커멓게 타면서 '일'의 가치를 배웠다.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일을 해도 그것이 노동이 되지 않는다'는 진리.다음달에는 '돈'의 의미를 배우고 그 다음달에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라는 교훈을 터득한다. 이렇게 그는 '자신을 연마시키는 고난'과 '평생 사랑으로 가꿔가야 하는 가족''영혼을 치유하는 웃음''나와 함께 성장하는 꿈''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나눔''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 등 할아버지가 인생에서 배운 덕목을 하나하나 깨우쳐 나간다. 그 덕목들이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유산인 것을 깨닫는 마지막 순간,그는 10억달러가 넘는 자선기금재단 책임자를 맡아도 좋다는 최후의 유언을 듣게 된다. 부모의 보호만 받는 '캥거루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요즘 이 책의 가르침은 더욱 돋보인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