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80/20법칙'이라는 책을 사본 적이 있다. 자세히 보니 번역자가 공병호 박사였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공병호 박사의 저서는 많지만 번역서는 처음이지 싶었다. 참 인상깊게 읽었고 내 사고에도 적지않게 영향을 준 책이다. 벤처기업 CEO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뒤로 하고 그가 의욕적으로 책을 낼 것이라는 얘기를 어느 신문에선가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80/20법칙 자기실현편'이라는 부제가 달린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공병호 지음,21세기북스, 1만원)였다. 우선 '80/20법칙 자기실현편'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80/20법칙'을 읽고 분명히 생각에는 큰 변화가 왔지만 막상 생활에 적용하지는 못했던 아쉬움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독자의 갈증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듯하다. 서문에서 '지극히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책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그렇다. 책 읽을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이 책은 잡고 나서 단숨에 읽었다. 소설도 아니고 실용서가 그렇게 읽히기 어디 쉬운가. 그렇게 읽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갖고 있는 몇 가지 특출난 장점 때문이라고 나중에야 생각하게 됐다. 우선 글에 '힘'이 있다. 그것은 정말 대단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많이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도 분야에 따라서는 필요하겠지만 이런 실천적인 책에는 독자를 이끌어가는 힘이 필요하다. 저자의 이미지 그대로다. 방송 같은 데서 그를 보면 한 사람이 뿜어낼 수 있는 에너지가 이 정도인가 하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그런 느낌은 그대로 박혀 있어서 독자를 흡인하는 파워와 스피드가 정말 예사롭지 않다. 두번째는 우리 삶에서 절실하게 필요한,그러면서도 잘 안되고 있어 늘 안타까워 하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 지식 건강 행복 인맥이라고 하는 5가지 주제가 그것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책들을 보면 이 주제들을 다룬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런 풍요 속에서도 늘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국내 저작물,그 중에서도 독자가 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지침서들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앞으로 이 5가지 주제들에 대한 각론을 당분간의 글쓰기 영역으로 삼겠다고 한다. 단순히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경영(self-management)'이라는 분명한 도메인을 가지고 독자를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사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저자의 체험이 녹아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서라는 점이다. 이 책의 예들은 저자가 오랫동안 자신의 생활에서 적용하고 검증해온 방법들이다. 조금이라도 저자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깔끔하고 분명한 생활태도에 큰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생활과는 무관하게 여기저기서 주워모은 내용들로 조합해놓은 흔한 책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르지 않은가. 유순신 유니코써어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