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저점 통과 여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경제학자는 기상통보관보다 지적 수준이 모자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는 기상예보가 틀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지만,기상통보관은 적어도 현재의 기상상태에 대해서는 1백%의 정확도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경기예측은 차치하고 현재의 경제상태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고 해서 지어낸 우스개이다. 새해가 다가오면 각종 경제관련 연구소들이 앞다투어 경제전망치를 내놓을 것이다. 이러한 전망치들이 얼마나 예측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주먹구구식 숫자라는 말을 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예측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전망치와 실적치가 몇배씩 차이가 벌어진다면 아무래도 전망치들을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좀 활황 기미를 보이면 어김없이 경기논쟁이 등장한다. 주식시장이 외국인 주도하에 어느 만큼 상승했다. 그러자 경기저점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경기저점을 통과하면 더 이상의 경기악화는 없으니까 경제주체들 간에 심리적 안정감이 조성되고,이는 다시 경기를 부추기는 선순환을 가져 올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안정감을 통한 경기부양도 중요하지만,정부가 이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IMF 경제위기는 관료들의 독선적 경제운용,관료들의 암묵적 보호하에 이루어지는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은행 중심의 왜곡된 자금배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경제환경 하에서는 시장경제원리에 뿌리를 둔 능률제고보다,일사불란한 밀어붙이기식 경제운용이 목소리를 높이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경기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이러한 경제위기 원인이 얼마나 제거됐는 지를 살피는 일이다. 지금 외화보유고가 IMF 직후보다 크게 증가했으니 경제도 좋아져야 한다. 그런데 IMF 위기 때보다 위기의식은 사라졌지만,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은행의 잠정추계에 의하면 9천달러 안팎으로 뒷걸음치는 등 경제는 여전히 침체 속에 있다. 경제관료들의 독선적 경제운영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관료들 위에 군림하는 정치권에 패거리 문화가 만연하고,이에 기반을 둔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경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IMF 직전에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행한 관료들의 독선적 경제운영이 오히려 지금의 정치권 부패보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작을 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대주주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방만한 경영행태가 개선됐다고는 하나,대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통한 자원 낭비 대신에 정부가 앞장서서 주도한 코스닥시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이 지금 얼마나 생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 한번 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또 은행 등 금융기관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부실을 덜어 낸 관계로 건전성은 제고됐지만 이러한 건전성 제고가 수익성 향상으로는 발전하지 않고 있다. IMF 위기를 초래한 은행 중심의 자원배분 기능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자원배분 기능을 주식시장이 담당해야 하나,주식시장도 여전히 불공정거래가 성행해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는커녕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경제정책은 합리성에 기초한 선택의 산물이다. 부정부패에 의해 합리성이 훼손되고,편중인사에 의해 선택의 폭이 좁혀 진다면 경제는 살아 날 수 없다. 지금 선택을 잘못하면 현 세대에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고통이 전달된다. 때문에 잘못된 정책의 선택은 두고두고 말썽이 된다. 경제 부진의 원인을 직시하고 이를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취할 최선의 선택이다. 이러한 노력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면 경제 회복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leesb@email.hany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