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를 놓고 그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오던 노사가 핵심쟁점에 대해 상당히 신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합의의 돌파구가 열리게 될지 주목된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둘러싼 노사정위원회 공식 대화가 중단된지 한달여만인 지난 12일,노사정 3자의 최고위급 책임자들이 절충을 시도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는가 하면 13일의 경제5단체장 회의와 한국노총 산별대표자 회의에서도 정부의 단독입법을 막기 위해 노사가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해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해당사자들 간의 합의만이 이 문제를 원만히 푸는 열쇠임을 상기할 때,이제 정부는 단독입법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모처럼 조성되기 시작한 대화 분위기를 효율적으로 살려 다시한번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노사간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함을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노사정위에서의 논의가 중단되자 노동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단독입법을 추진,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이다. 하필이면 지금처럼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 판에 기업경영과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몰고올 중요한 사안을 노사간 합의 없이 정치적 논리로 졸속 처리한다면 김영삼 대통령 말기의 노동법 개정 파동이나 제2의 의약분업사태와 같은 혼란이 초래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주5일 근무제의 준거로 삼겠다는 공익위원안을 보면 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기존 임금보전 원칙을 명시하는 등 노동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함으로써 결국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대부분의 부담을 기업측에 떠넘기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마땅히 기업측에도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항공운수 사업을 필수 공익사업으로 지정,파업시 직권중재가 가능토록 하고 사무실 밀집지역 집회 및 시위를 제한토록 관계법을 개정해 달라는 경제5단체장들의 호소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일이다.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법질서 불안과 이에 따른 기업활동의 위축은 정부나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