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경계령] 가계빚으로 지탱한 '외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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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이 새로운 경제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경제가 집집마다 빚내서 소비하고 그 소비로 지탱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같은 '외상 경제'는 경기회복이 더디거나 고용사정이 악화될 경우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내놓은 '3·4분기 가계신용동향'을 보면 소비 증가의 실상이 가계빚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은이 연이어 금융권에 '가계대출 경계령'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눈덩이 가계부채=지난 9월말 현재 가계빚은 모두 3백16조3천억원.작년 9월에 비해 1년새 65조1천억원이 늘었다.
매달 5조4천억원씩 가계빚이 늘어난 셈이다.
증가내역은 은행 등의 가계대출 56조1천억원(24.7%),카드 할부금융사의 판매신용 9조원(37.5%) 등이다.
이로써 가구당 부채는 1년새 4백40만원 늘어난 2천2백만원에 달했다.
가구마다 금리가 싸다고 매달 37만원씩 빚을 늘렸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외상으로 버틴 경제=올들어 3분기까지 민간소비 증가율이 7.1%에 이른다.
이는 경제성장률(2.7%)보다 훨씬 높다.
수출·투자부진으로 까먹은 성장률을 개개인의 씀씀이로 만회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1%에 그쳤다.
소비-소득증가율간의 격차(3%포인트)만큼을 가구마다 빚으로 메운 꼴이다.
가구당 부채는 작년말보다 18.9%(3백50만원) 늘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처럼 저금리속에 은행들의 가계대출 확대,신용카드 세액공제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소비패턴이 외상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없나=한은은 가계부채를 소득수준과 비교할 때 아직까진 견딜만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개인파산,신용불량자 속출 등 사회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를 순처분가능소득(NDI)으로 나눈 가계부채비율이 작년 76% 안팎에서 올해엔 91% 안팎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작년 1백20%)등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불안한 구조.미국은 가계부채중 장기 주택금융이 81.5%를 차지하지만 국내에선 주택금융이 17.3%에 불과하다.
또 내년에 시장금리가 오르는 만큼 상환부담도 커진다.
한은은 "소득수준 변동에 따라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크게 영향받을 우려가 있다"고 가계와 금융회사 모두에 경고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