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진승현게이트'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신광옥 법무차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성역 없이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신 차관은 지난 9월12일까지 1년7개월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사정업무를 총괄해온 핵심 측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김학재 민정수석으로부터 '진승현씨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신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고 신 차관이 사표를 제출하면 즉각 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민정수석도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신 차관으로부터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경우 검찰조사 전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선(先) 사표수리 후(後) 검찰조사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측은 신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전직 수석이 비리사건 연루 의혹을 받음으로써 정치에서 손떼고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통치권자의 의지가 희석되고 있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신 차관이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신 차관에 대한 사표수리가 이뤄진 데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 민정수석은 이날 "할말이 없다"면서 아예 기자들을 만나지 않았으며,나머지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침묵을 지켰다. 어쨌든 김 대통령이 신 차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검찰이 일반인 신분으로 신 차관을 수사하게 됨에 따라 '진승현 게이트'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