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볼 기회를 갖게 된 친구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줄잡아 30곳도 넘는 기업체에 입사 원서를 넣었지만 면접장은 아직 구경도 못했다"(서울 H대 4년 K군) "지난해 면접 경쟁률이 3대1 정도였다면 올해는 10대1이다. 대졸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정도만이 그나마 숨통이 트고 있을 뿐..."(김농주 연세대 학생복지처 취업담당관) 대학(전문대 포함)과 고교 졸업 예정자들이 사상 초유의 취업난에 울고 있다. 취업정보 전문업체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 희망자의 10%가 무려 1백곳 이상의 기업체에 취업을 위한 이력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50곳 이상에 이력서를 내고도 취업하지 못한 구직자가 전체의 20%에 달했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한 구직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청년 취업난 10년 간다=대학과 고교 졸업 예정자 60만∼70만명이 한꺼번에 취업 전선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최소 3분의 1은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졸 취업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10년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대졸 취업난을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했다. 노동력 공급은 증가 추세인 반면 수요는 빠른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S그룹의 인사담당자는 대기업들의 인력 수요는 매년 2만명 내외이지만 대졸자는 10만명에 이른다며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지난해에만 13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다시 5만명 정도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15만명 가까운 대졸 실업자가 새로 발생하고 있다. ◇캥거루족 양산 등 사회변화=만성화된 대졸 실업은 이미 숱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성년이 된 나이에도 부모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양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만 명의 젊은이가 서울 신림동 고시촌을 방황하는 기형적인 문화도 더이상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캥거루족의 양산은 특히 50대 부모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불안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40~50대 실업률을 감안하면 부자가 모두 실직자인 무직가정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취업난은 대학교 인기학과의 판도를 바꾸고 연일 취업경쟁률을 경신하고 있다. 취업 유망학과로 불리는 교육대학이나 중문과 의예과 법학과 경영학과 등의 경쟁률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얼마 전 굿모닝증권이 14명의 신입 사원을 채용하는 데 무려 7천5백명이 몰려드는 등 웬만한 대기업의 취업경쟁률은 수백 대 1을 넘기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취업 희망자들이 전문 지식을 배양하는 등 자구노력도 긴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