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진승현 게이트'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신광옥 법무부차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문책성 성격이 강하다. 신 전 차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재직했을 당시 민원당사자와 수차례 접촉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의 반영이다. 동시에 이번 사건의 진상을 성역없이 철저하게 규명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도 담겨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자리에서 수사가 진행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관련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진화하는게 바람직하다는 현실인식도 이런 결정에 큰 몫을 한 것 같다. 신 전 차관 역시 사표를 낸 뒤 검찰에 나가겠다며 청와대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김학재 민정수석으로부터 '진승현씨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신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한 종합보고를 받고 사표를 제출하면 즉각 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민정수석도 13일 기자들과 만나 "신 차관으로부터 검찰조사를 받게 될 경우 검찰조사전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전직 수석이 비리사건 연루 의혹을 받음으로써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통치권자의 의지가 희석되고 있는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대통령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신 전 차관이 의혹을 받고 있는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사표수리와 관련,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검찰은 신 전 차관을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하게 됨에 따라 '진승현 게이트'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도 김 민정수석을 통해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