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미리 점찍어 놓은 사람을 승진시키는 게 특별승진입니까" 철도청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공무원에게서 전화가 왔다.내용인즉 지난 13일 실시한 철도청 2001년도 서기관 특별승진 심사를 부적절하게 진행,철도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일부 간부들이 사전에 점찍어 둔 특정인을 밀기 위해 처음부터 불공정 게임을 한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선의의 응시자들에게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등 노골적으로 응시기회를 박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담당 간부는 응시자를 불러 "특별승진은 알다시피 위에서 찍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니냐. 잘 알면서 그러느냐"며 은근히 포기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승진 대상자가 이미 정해졌으니 알아서 기라며 사실상 지원 자체를 원천봉쇄한 셈이다. 때문에 열심히 일해왔다고 자부하며 내심 특별승진을 바라봤던 사람들은 말 한마디 못하고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이에 대해 철도청 직원들은 일부 간부들이 특별승진의 뜻조차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특별히 승진시키자는 본래의 의미를 간과하고 고위층이 '특별히' 총애하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게 특별승진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직원들은 간부들의 이러한 발언은 지금까지 철도청 인사가 '그렇고 그런 식'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철도청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사쇄신을 부르짖어 왔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동료 및 선후배가 승진대상자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도 도입했다. 그러나 평가위원들도 압력을 받을 여지(?)가 상당히 있어 공정성에 대해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철도청은 이번 특별승진을 앞두고 내부 반발이 우려되자 내년에 다시 심사키로 방침을 바꿨다. 한 철도인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는 풍토와 권력 주변에서 조직을 흔들어대는 철도인이 있는 한 철도발전은 요원하다"고 푸념했다. 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