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주춤하고 있다. 내년도 V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9월 말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지만 실제 경기동향이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면서 지난주 증시는 아프간전쟁이 사실상 끝내기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가 2.4% 떨어진 9,811.15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는 1,953.17로 6주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3.4%)로 돌아섰다. S&P500지수도 지난 9월 이후 가장 큰 낙폭(-3%)을 보였다.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저조한 기업들의 이익에서 나오고 있다. 분기 수익이 월가의 기대에 못미친 광네트워크메이커 시에나가 지난주 23% 떨어진 주당 14.26달러로 주저앉았고 인터넷장비업체인 JDS유니페이스도 수익악화 발표로 21% 하락한 20.25달러를 기록했다. 기술주 부활의 선봉장이었던 오라클도 금요일(14일) 이익감소 발표로 약세를 보였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하는 기업이익의 수준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기업수익 예측기관인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지난 10월 초 'S&P500 기업들의 이익이 올 4분기(-18.9%)와 내년 1분기(-4.3%) 마이너스를 보인 뒤 2분기 18% 상승하는 등 이때부터 강한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최근 내년 2분기 신장률을 10%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지표들도 일부 호전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경제가 바닥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11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나아지는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좋아지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필요한 시점"(헨리 카반나 JP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산업생산이 13개월째 움츠리고 있는데다 인플레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분석가들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0.2%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공식발표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증시 최대의 화제는 미국 최대 생명공학회사인 암겐이 라이벌인 임뮤넥스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무려 1백80억달러에 이르는 생명공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다. 소식이 처음 알려진 목요일 두 회사 주식은 급등했으나 암겐의 인수금액이 너무 크다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금요일 두 회사 주식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암겐은 7%,임뮤넥스는 5% 하락했다. 제약회사인 블르스톨-마이어스 스퀴프는 내년 수익이 예상보다 못할 것이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R&D(연구개발)'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증권회사들이 평가등급을 '매수'로 상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4분기 수익이 기대에 못미친 맥도널드도 아시아를 제외한 미국과 유럽시장에선 호조가 이어진다는 분석으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