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칫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소득증가를 훨씬 웃도는 지금과 같은 소비확대는 가계부실로 이어져 새로운 경제불안 요인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가계신용동향'의 내용을 뜯어보면 그같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의 가구당 부채는 2천2백만원으로 1년 새 4백40만원(25%)이 늘어났고,가계부채 총규모도 3백16조3천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5.9%가 증가해 비슷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주택구입이나 생업자금 확보 등 바람직한 소비증가에 기인한 측면도 없지 않고,특히 수출과 투자 등 기업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어서 무조건 가계의 소비확대를 탓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를 순처분가능소득(NDI)으로 나눈 가계부채비율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76%에 불과해 미국의 1백20%에 훨씬 못미치고 있어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너무 가파르고,특히 과도한 소비확대가 지속될 경우 오히려 경제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경제여건의 악화로 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개인파산이 늘어나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함으로써 경기악화는 물론 사회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없지않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사실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은 금융기관들이 소매금융에 치중해온 탓도 적지않다.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기업자금수요가 극도로 위축된데다 신용위험이 많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가계대출 위주의 안이한 자금운용을 선호한 결과,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 또한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보지만 금융기관간 과도한 경쟁이나 무분별한 대출은 없었는지 한번쯤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나친 카드발급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억제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업의욕을 되살려 가용자원의 배분이 생산부문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거시정책을 폭넓게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이 대출증가를 통한 소비확대가 국내 생산증가로 연결되지 못하면 수입증가와 국제수지 적자로 이어져 경제구조의 취약성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반대로 국내생산 증가로 이어진다면 가계의 소득증가가 함께 이뤄져 빚 걱정도 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