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년 말의 해인 내년은 '불황탈출' 여부가 확실히 판가름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나라 안팎에 널려 있는 대형 이벤트와 특수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정부' 임기가 끝나는 해로 양대 선거와 월드컵, 부산아시안게임이 있다. 6월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테러 전쟁이 마무리되고 신국제질서가 태동될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 복구 작업과 서비스, 농업분야 개방 확대를 골자로 하는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협상도 본격화된다. 유럽에서는 유로화가 법정 통화로 통용되면서 '유럽합중국' 비전이 현실로 와닿게 된다. 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등 국제연구기관은 미 테러 복구사업에 1천억달러를 비롯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준비, 발칸반도 복구 등에 5천억~1조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런 호재들을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면 탈불황은 물론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발빠른 기업들은 국내외 대형 특수를 겨냥해 벌써부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뛰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 '정치과잉의 해'라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가 경제를 볼모로 잡는 형국이 빚어질 소지가 적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선 선거를 운동회나 잔치처럼 치르는 선거문화부터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여기에다 경제중심의 정책대결이 가능할 경우 양대선거는 경제에 선순환작용을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최대 관심사는 경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가 빠르면 2.4분기중, 늦어도 하반기중에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최근 내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 3.5~4.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3.9%로 전망했다. 정부는 상반기 3%, 하반기 5% 등 연간 4%선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중에는 내수가 성장을 주도하고 하반기들어 수출이 여기에 가세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KIET)은 내년 수출이 올보다 5.9% 늘어난 1천6백26억달러, 수입은 8.0% 증가한 1천5백52억달러로 7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낼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정부는 높아져 가는 통상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내년에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경제연구소들이 내년 경기가 생각보다 좋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국내 소비가 나쁘지 않은데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반도체 가격도 내년에 괜찮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주가 호조로 기업과 가계의 투자및 소비 여력이 커졌다는 점도 꼽힌다. 반도체산업협회는 내년 반도체 수출이 올해(1백50억달러)보다 10억~20억달러 늘어난 1백60억~1백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별 경기는 반도체 정보통신 가전 등은 '완만한 회복', 조선 철강 건설 등은 '현상 유지', 자동차 철강은 '흐림'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기업경영의 키워드는 '월드컵'과 '중국 시장'이다. 연인원 4백억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월드컵은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수 있는 호기다. 많은 기업들은 벌써부터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월드컵 마케팅 준비에 돌입했다. 또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도 여전히 기업의 고민이다.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기업은 내년도 매출목표를 올보다 10%가량 높여 잡았다. 금융 부문은 은행간 합병과 제휴, 정부가 갖고 있는 서울은행과 대한생명 등 국유금융기관의 매각 등으로 '2차 빅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대선거는 한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강봉균 원장은 "내년 선거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고비용 저효율 정치 시스템"을 개혁할수 있느냐 없느냐가 한국경제 미래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론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공무원과 금융기관부터 주5일제 근무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일과 여가 패턴이 달라지고 소비 문화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경제협력은 올해에 이어 여전히 침체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북한의 변화 조짐이 없는데다 북한과의 경협에서 별로 기대할게 없어서다. 국민의 정부 집권 마지막해로 기업들의 대북 경협 행보는 더욱 움츠러들 것이다. 주식시장은 경기회복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주택 매매, 전세값 강세는 이어질 것이나 원룸 오피스텔 등은 정부 규제강화로 투자열기가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리츠도 본격적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금리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내년에 2% 안팎의 성장이 전망된다.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2000년에 비해선 성장률이 절반에도 못미친다. 미국은 회복세를 보일 것이나 일본이나 유럽은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경기는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올들어 11차례 연방기금금리를 낮춘 덕분에 내년 2.4분기, 빠르면 1.4분기중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연방기금금리는 현재 40년만의 최저치인 연 1.75%다. 유가 등 국제원자재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밖에 지난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WTO 무역협상위원회(TNC) 출범을 계기로 농업 서비스 등을 둘러싼 각국간 뉴라운드 협상이 본격화된다. 내년 1월부터는 유로화가 통용됨으로써 EU(유럽연합)의 실질적 통합이 이뤄지게 된다. 한상춘 전문위원.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