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는 불황을 모른다] (11) LG전자 'PDPTV'..귀족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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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TV로 대표되는 대형 벽걸이TV 시장은 선진국에서도 초기단계다.
가전제품 생산대국인 한국과 일본의 업체가 시장 선점을 위해 뛰고 있다.
아날로그시대엔 일본에 한참 뒤졌던 한국업체들이 이 제품의 양산기술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 LCD(액정표시소자) 등에서 이미 한국업체들에 추월당한 일본은 이 분야에서도 경계의 눈초리를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이 가장 경계하고 있는 대상은 LG전자.
LG는 세계 처음으로 PDP TV중 가장 큰 60인치 TV 양산에 성공함으로써 일본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60인치는 일본에서도 NEC 정도가 파일럿(시험)라인에서 소량생산하고 있는 제품이다.
LG의 60인치 PDP TV는 지난해 3월 독일 하노버 박람회에 출품됐다가 도난당한 적이 있다.
범인이 잡히지 않았지만 산업스파이의 소행이 유력했다.
경쟁업체가 탐낼 만큼 앞선 기술이라는 얘기다.
인기 얻는 PDP TV =LG전자가 PDP TV 양산을 시작한 것은 올 4월.
구미에 PDP TV의 핵심부품인 PDP 패널 공장을 완공하고 나면서부터다.
PDP 패널은 두 장의 얇은 유리기판 사이에 가스를 채운뒤 고전압을 가해 발생한 이온을 방전시켜 컬러영상을 만드는 핵심부품이다.
브라운관 역할을 하는 셈이다.
PDP TV는 브라운관 방식 TV보다 두께가 8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하고 무게는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벽에 걸고 볼수 있으며 설치공간도 필요없다는 장점 덕분에 가격이 웬만한 중형차 한대값에 이르지만 인기다.
'노블 마케팅' 주효 =LG의 PDP TV는 국내에서보다는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노블(귀족)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인 결과다.
LG는 PDP TV가 아주 고가라는 점을 감안, 세계 최고급 백화점이나 아랍 왕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세계 주요공항을 타깃으로 삼았다.
60인치 PDP TV를 영국 왕실 전용 백화점으로 유명한 헤롯백화점 명품코너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판매가격은 대당 무려 1만7천9백99파운드(약 3천3백70만원).
중국 두바이 왕실과 두바이 최대 뮤직센터에도 제품을 공급키로 했으며 이스라엘 27개 대형극장에도 연내 80여대를 설치키로 했다.
최근 태국 방콕 국제공항이 실시한 입찰에선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업체를 제치고 1백53대를 납품키로 계약하기도 했다.
LG는 올해 국내 5천대를 포함, 2만대 가량을 팔았으며 내년엔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한다는게 목표다.
LG의 60인치 PDP TV를 구입한 주부 김숙자씨(52,서울 서초동)는 "벽에 걸어놓으니 마치 영화관 스크린 같은 기분이 들고 따로 설치공간이 필요없어 좋다"며 "화면도 깨끗하고 집안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려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국내외 동시 판매 전략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먼저 제품을 시판해 보고 난후 해외에 내보내는게 일반적 판매전략이었다.
그렇지만 LG는 PDP TV에 대해선 국내외에 동시 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외국에 생산기지도 함께 마련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 선양 TV공장안에 연 3만대 규모의 PDP TV 라인을 설치했으며 내년엔 브라질과 멕시코에 라인을 설치해 미주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 해외 공장은 LG 구미공장으로부터 PDP 패널을 공급받아 PDP TV를 조립생산, 현지에 판매하게 된다.
LG전자 PDP 수출팀 김용성 차장은 "PDP TV의 경우 이제 시장도입 초기단계의 첨단제품으로 리딩업체로서 세계 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전략"이라며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선 기술 =PDP TV는 누가 얼마나 큰 화면의 TV를 생산할수 있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는 PDP 패널 기술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나온 가장 큰 제품은 60인치.
LG전자와 일본 NEC 정도만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LG가 60인치 PDP 패널 양산 기술과 라인을 갖고 있는 반면 NEC는 아직까지 시험생산에 그치고 있다.
LG의 PDP TV 기술경쟁력이 세계 최고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핵심부품에서부터 완제품 조립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한 요소로 꼽힌다.
LG는 핵심부품인 PDP 패널을 자체생산하고 있다.
반면 후지쓰나 히타치 NEC 등 일본업체들은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PDP TV는 보통 가로와 세로 비율이 16대 9인 와이드 규격이지만 LG의 42인치 제품은 보통 TV처럼 4대 3 비율이다.
PDP TV중 4대 3 비율 제품은 세계에서 LG의 42인치가 유일하다.
LG는 국내는 '엑스캔버스', 미국은 '제니스', 유럽 등 기타 세계시장은 '플래트론 플라즈마'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내년엔 50인치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주한 고려대 마케팅연구센터소장은 "LG PDP TV는 제품 컨셉트와 디자인이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며 "예를 들어 가로와 세로비가 16대 9인 와이드와 4대 3인 일반규격 PDP TV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이드TV는 영화나 스포츠 경기 감상용으로 적합하지만 화면 위아래 부분이 잘려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기업용으론 4대 3 비율 제품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 7.8cm PDP TV를 개발하는 등 기술경쟁력도 높고 경쟁업체들에 앞서 공격적 광고마케팅을 실시함으로써 이미지를 선점한 점도 한 요인으로 꼽을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