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유지사료 장부웅 관리인은 최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다니는 '예비 CEO(최고경영자) 학생'들한테 공짜 컨설팅을 받고 흡족해 하고 있다.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나름대로 대안까지 제시해 줬기 때문이다. 컨설팅을 담당한 학생들은 말이 학생이지 대기업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차장.부장.이사급 중간관리자였다. 게다가 컨설팅에는 교수와 유명 컨설팅회사 컨설턴트까지 가세해 수억원짜리 컨설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법정관리업체인 삼양유지사료에 대한 컨설팅은 테크노경영대학원이 올 가을학기에 처음 개설한 '최고사내컨설턴트과정(AIC)' 수강생들의 현장실습이었다. 수강생 51명은 사업수행 e비즈니스 재무 내부역량 지식경영 등 5개 분야별로 팀을 구성해 컨설팅을 시작했다. 또 각 팀에는 교수 1명과 컨설턴트 1명이 참여해 컨설팅 방향을 지도했다. 비록 일종의 컨설팅 실습이지만 삼양유지사료측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컨설팅을 시작하기 전 테크노경영대학원과 삼양유지사료는 기밀유지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컨설팅 과정에 입수한 회사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수강생들은 컨설팅을 마치고 최근 교수진과 삼양유지사료 임직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AIC 과정은 일종의 '프리(Pre) CEO' 과정. 기업의 유망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교수가 책에 담겨 있는 지식만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전문 컨설턴트들도 교육에 참여한다. 테크노경영대학원은 지난 9월 이 과정을 개설하면서 아더앤더슨 액센츄어 베인&컴퍼니 언스트&영 PwC컨설팅 삼일회계법인 등 6개 컨설팅업체와 교육협력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3개월 교육과정은 교수진의 최신 경영이론 강의와 6개 컨설팅업체 컨설턴트들의 컨설팅 방법론 강의 및 사례탐구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수강생들의 소속회사 가운데 하나를 골라 컨설팅 실습을 하게 되어 있다. 삼양유지사료가 바로 그 첫번째 대상이었다. 변정주 AIC 과정 책임교수는 "한국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먹구구식으로 CEO를 발탁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KAIST의 AIC 과정은 기업들이 엄선해 보낸 미래의 CEO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 1월중 2기생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