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력과 전문경영인 .. 趙東成 <서울대 경영대학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리나라가 외국에 알려져 있다면,그것은 우리나라 군대가 강해서가 아니고,정치인이 지도력을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해외 주요 도시 대로를 질주하는 현대자동차,응접실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TV,호주머니에 들어있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핸드폰을 통해서 한국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현대사회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고,국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바로 대기업이다.
대기업의 힘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매출액 총자산 시가총액 등이 있다.
이 중 시가총액은 주주가 기업의 주인이라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한 기준이다.
특히 기업이 시가총액을 늘리려는 노력은 그대로 국민의 재산 증가로 이어져 국력 상승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시가총액을 늘리기 위한 경영방식은 외형을 늘리는 전통적 경영방식과 크게 다르다.
전통적인 다각화전략은 외형을 늘리지만,시가총액에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부실채권 처분이나 조기 감가상각,사업 구조조정 등은 단기적으로 순이익을 줄여 손익계산서를 열악하게 만들지만,증시에서는 미래 이익구조를 개선시킨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그 결과 주가를 상승시켜 시가총액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쉬운 일도,반가운 일도 아니다.
이 일이 어렵기에 투자자들은 구조조정 능력을 갖춘 경영자를 높은 보수로 끌어들여 그 이상으로 시가총액을 늘리는 역할을 맡긴다.
미국에서 구조조정으로 시가총액을 높인 경영자로는 최근 GE에서 은퇴한 잭 웰치,IBM을 공룡에서 기동력 있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루 거스너,스카트제지회사를 구조조정해 주주들에게 높은 이익을 안겨준 앨버트 던랩 등을 든다.
이들은 경영을 책임진 회사의 시가총액을 적게는 수십억달러에서 많게는 수천억달러까지 늘려주고,주주들은 이들에게 천만달러가 넘는 높은 보수로 화답한다.
구조조정으로 탁월한 업적을 낸 경영자가 회사를 옮기면,그가 가는 회사 주식은 순식간에 가격이 상승한다.
한국에서도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부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존재가 1997년 12월 파산 직전상태에 있던 한국전기초자를 3년 만에 증권시장에서 성장성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 등 모든 지표에서 1등 회사로 만든 서두칠 사장이다.
서 사장이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열린 경영,독자기술 개발,사업부문 구조조정,솔선수범,비전 제시 등의 경영혁신을 통해 업적을 올린 결과 이 회사 주가는 3천8백원에서 13만3천원으로 35배 상승했고,시가총액은 2백28억원에서 47배인 1조6백4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주주들의 재산을 1조4백12억원 늘려주었다.
서 사장이 제조업부문에서 구조조정 전문가의 귀감이라면,금융업부문 구조조정의 벤치마킹 대상은 단연 98년 8월부터 주택은행을 이끈 김정태 행장이다.
김 행장은 부실 채권을 과감히 정리하고,기업 신용대출을 정착시켜 기업대출 연체율을 2%대로 떨어뜨렸다.
그 결과 김 행장이 부임한 시점에 3천5백50원이던 주가는 3년 뒤 3만3천7백50원으로 10배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김 행장 취임 당시 3천2백1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은 3년 만인 2001년 10월 4조5백억원으로 13배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최고경영자의 연봉에 대해 인색하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통합한 뉴국민은행의 초대행장으로 취임한 김 행장에 대해 외국투자자들은 최소한의 예우로 1백만달러에 해당하는 13억원을 제안했으나,국내투자자를 대표하는 관계자들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8억원으로 낮추었다고 한다.
시가총액으로 기업을 평가할 수 있다면,한 나라의 재산가치,즉 국력도 그 나라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로 계산할 수 있다.
이제 국력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시가총액을 늘리는 능력을 가진 전문경영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우리가 서두칠 사장이나 김정태 행장과 같은 경영자들을 10명만 더 가진다면 우리나라는 능히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자들을 찾아내려면 우리 모두 국민정서라는 사회주의적 굴레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자의 공헌에 상응한 대우를 해야 한다.
dsch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