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위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여야간 의견이 엇갈려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야는 다같이 내년중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을 통한 경기진작의 필요성에는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은 그 이외 부문에서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전체 예산규모를 오히려 1조원 이상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늦어도 20일까지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격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어 금명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결말이 나오든 그간의 심의과정을 더듬어 볼 때 올해도 예년의 졸속심의 관행을 벗어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법정기한을 넘겨버린지 오래라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 국회가 언제까지 이같은 '벼락치기식 졸속심의'와 '나눠먹기식 타협'의 악습을 이어갈지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선 예산심의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은 정부안의 내용이 어떻게 짜여져 있든 야당은 무조건 깎아야 하고,여당은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하는 것이 철칙처럼 인식되고 있다. 과중한 국민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예산삭감투쟁을 벌이는 야당의 본의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정투융자사업 등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해법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지금과 같은 불황때에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수요진작책이 효과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보다 증액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다. 정치적 명분에 얽매이지 말고,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하는 입장에서 사업 하나 하나를 검토해 주기 바란다. 여야는 예결위 심의에서 예년과 다름없이 제각각 지역구 민원사업 챙기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체규모는 줄이자면서도 자기 지역구사업 예산은 늘리자는 것부터가 모순이기도 하지만, 불요불급 사업에 과다한 예산이 배정될 경우 그로 인한 낭비와 비효율은 전체 국민의 고통으로 귀착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밀실 야합에 의해 특정지역 사업의 예산이 과다책정되면 그 지역민들의 혜택이 늘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 회계연도 시작이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는 어쩌란 말인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자세로 예산심의에 임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