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기업인 이코인에 대해 등록전 출자전환을 옵션으로 10억원을 대출해준 조흥은행이 등록후 옵션 행사를 위해 추진했던 주식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감독원이 시가보다 64%나 낮은 출자전환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출자전환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것이 아닌 한 유상증자(제3자배정)처럼 시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주식전환을 통해 기대했던 18억원 상당의 차익실현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반면 이코인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부담없이 10억원의 자금을 2년 가까이 연 1%의 초저금리로 사용한 예상밖의 이득을 본 셈이 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례는 드문 케이스지만 등록(상장)전 대출과 관련해 금융기관과 발행사가 옵션을 맺었어도 정작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낭패를 본 조흥은행=지난 12일 조흥은행은 지난해 4월 인터넷 소액 선불결제카드 제조업체인 이코인에 연 1% 금리의 출자전환 옵션부로 빌려준 10억원의 대출금에 대해 금감원에 옵션 행사를 문의한 결과 '행사불가' 방침을 통보받았다. 조흥은행이 옵션 행사를 할 경우 증권거래법 및 상법 등을 위반하게 돼 형사처벌 등을 받게 된다는 것이 금감원의 해석.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대출은행이 등록(상장)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려면 행사가격을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같이 최근 시가에 준해 결정해야 한다. 조흥은행과 이코인은 가격을 임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유권해석이다. 이코인이 조흥은행과 합의한 행사가는 5천4백78원(액면가 5백원)으로 지난 12일 이 회사 주가(1만5천6백원)에 비해 무려 64.8%나 낮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관계자는 "이코인이 등록하기 전에 조흥은행이 옵션을 행사했다면 장외기업의 주식발행으로 거래법에 저촉될 일이 없지만 등록후이기 때문에 옵션 행사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당초 옵션 행사로 예상할 수 있었던 18억원 상당의 차익실현(지난 12일 종가 기준)을 코 앞에서 포기해야 할 처지가 됐다. 조흥은행의 기업고객실 관계자는 "옵션 행사를 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궁리중"이라고 밝혔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량부담에서 벗어난 이코인=이코인과 이 회사 주주들은 이번 금감원 방침에 따라 예기치 못한 이득을 보게 됐다. 조흥은행으로부터 1년8개월간 10억원의 자금을 연 1%의 저리로 사용한 데다 옵션 행사가 이뤄졌을 경우 신주로 발행됐을 18만2천5백여주가 그대로 묶여 그만큼 물량부담을 지지 않게 된 것.증권업계는 조흥은행이 옵션을 행사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행사가격을 현행 규정에 맞춰 옵션을 행사하더라도 검사인을 선임하고 법원의 인가 절차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데다 행사가를 시가로 변경하면 시세차익이 몇 푼 안된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등록·상장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특수한 상황 외에는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같은 규정을 모르고 양사가 계약했다는 게 오히려 놀랍다"고 말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