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그동안 기피해오던 남한에서의 경수로 관련 훈련을 수용함에 따라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주목된다. 북측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훈련장소로 고집하면서훈련의정서 체결 자체를 미뤄왔고 체결 이후에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의협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북측은 KEDO의 사업으로 온 것일뿐 남북관계로 남한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지난 10월 미국의 테러참사(9.11)에 따른 남측의 비상경계조치 이후 남한을 방문한 첫 북측 방문단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제6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차기회담의 장소와 시기문제에 대한 입장을굽히지 않아 합의 없이 회담이 끝났지만 북측은 이산가족 방문단, 남북경협추진위원회, 금강산 당국회담 등에 대해서는 강한 개최의지를 밝혔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조금씩 풀려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이 재정부담, 주계약 체결 등에서 남한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지난 94년 10월 북미 제네바핵 기본 합의에 의해 탄생한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커져가고 있다. 핵사찰 문제와 연계된 '인도일정 의정서' 협상 등 이 사업의 핵심적 과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북측이 훈련문제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 사업의 핵심축인미국을 향한 유화적 제스처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원자력 연구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문을 허용하는등 핵문제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잇따라 보여줌으로써 핵.미사일.재래식 군비의 3대과제를 강조하고 있는 부시 미 행정부의 대화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북측 시찰단의 방문은 이같은 남북.북미관계의 긍정적 변화와 함께 경수로건설사업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안보적 역할과 동시에 남북간 교류를 촉진하는남북간 화해.협력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