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8일자) 회계기준 국제화도 중요하지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 파산인 엔론사 사태로 인해 기업경영에 대한 회계감사 신뢰성이 추락한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총자산이 4백98억달러에 달하고 매출액이 미국 7위이며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가장 성공적인 경영사례로 평가했던 엔론사가 누적된 경영부실을 감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일삼았다는 것은 큰 충격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대형 회계법인인 아서 앤더슨사가 분식회계를 적발해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외부감사뿐만 아니라 내부감사도 함께 맡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사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분식회계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 외환위기 이후 충분히 경험했다.
이때문에 금융감독당국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고 지난 몇년동안 회계기준 국제화, 공시제도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해왔다.
최근 공개기업의 대손충당금 설정기준과 비율, 영업권 내용연수, 외환포지션과 환위험대책 등에 대한 회계공시기준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나 내년부터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조사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예다.
그러나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그 까닭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한 탓이 크다.
대우그룹의 분식결산에 대한 중징계가 있긴 했지만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한 기업을 퇴출시키지 않는 등 요즘들어 다시 처벌수준이 약해지는 감이 없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분식회계, 등록서류 허위기재 등으로 인해 주식매매가 중지된 코스닥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최근 권력기관의 개입이 문제가 된 이른바 'OO게이트'에서 보듯이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를 막자면 금융감독당국의 강력한 단속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회계정보의 투명성 확보도 여전히 미흡한 형편이다.
회계기준을 국제기준으로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회계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감사대상인 기업이 아서 앤더슨의 경우처럼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컨설팅 계약을 맺는 등 다른 어떤 이해관계도 가져선 안된다는 것이 상식인데도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관계당국은 직시하고 시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