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개발하는 시대에서 신약을 개발한 회사를 매입하는 시대로' 생명공학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M&A)인 암젠의 이뮤넥스 인수가 갖는 의미다. 이제 신약을 연구소가 아닌 월스트리트에서 구입하는 시대가 온 셈이다. 세계 최대 생명공학회사인 암젠(Amgen)은 18일 라이벌 회사인 이뮤넥스(Immunex)를 1백60억달러에 매입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암젠(6백24억달러)과 이뮤넥스(1백61억달러)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7백85억달러로 새 회사는 생명공학회사로서는 처음으로 '10대 제약회사'중 하나로 진입하게 된다. 10대 제약회사 안에는 부동의 1위인 화이자를 비롯해 존슨&존슨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 엘리릴리 등이 포함돼 있다. 생명공학회사들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신약개발 비용의 급증'과 '생명공학회사의 주가하락'에 기인한다. 투프츠신약개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신약개발 비용은 평균 8억2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간 물가상승률보다 2.5배 더 많이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신약개발 비용은 급증하고 있으나 주가하락으로 생명공학회사의 값은 폭락한 상태. 때문에 수억달러의 리스크를 안고 신약을 개발하기보다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거나 아니면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있는 회사를 아예 매입하는 게 유리해졌다. "대형 회사들이 안전성장을 위해 유망한 중소회사를 매입하는 전략(SG코헨의 생명공학애널리스트인 에릭 슈미트)"이라는 설명이다. 암젠의 경우 빈혈치료제인 에포겐과 감염예방제인 뉴포겐 두 종류로 연 55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이에 견줄만한 신약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연간 30억달러 이상의 확실한 매출이 보장될 것으로 알려진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을 갖고 있는 이뮤넥스를 매입한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