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동찬 명예회장의 별명은 '자장면 회장'이다. 뭘 먹으러 가면 자장면만 산다고 해서 '짜다'는 의미로 붙여졌다. 이 회장은 어디서든 팁을 후하게 주는 법이 없다. 골프장에서 캐디피를 줄 때 누군가가 얼마를 더 주려고 하면 정색을 하며 반대한다. 이미 캐디피 속에 캐디가 해야 할 노동의 대가가 들어있다는 것. 이와 관련된 일화 한 토막. 이 회장이 농구협회장을 맡았을 때 코오롱선수들에게 '시합에서 이기면 먹고 싶은 것 실컷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 경기에서 이겨 선수들을 데리고 갈비집으로 갔다. 이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난 갈비탕'하고 먼저 시켜버렸다. 그러자 갈비를 잔뜩 먹을 것으로 기대했던 선수들도 갈비탕이나 냉면으로 대충 때웠다. 나중에 이 회장은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아차'하며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자신의 호인 '우정(牛汀)'을 따 충남 천안에 우정힐스CC를 만들었다. 93년에 오픈한 우정힐스CC는 이 회장의 혼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정윤 우정힐스CC 총지배인은 "풀 한 포기,나무 한 그루마다 회장님의 손길이 닿아있다.골프장 조경은 사실상 회장님 작품"이라고 말했다. 우정힐스CC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이너인 페리 다이가 설계했다. 설계자는 13번홀을 침목 위에 그린을 얹은 완벽한 '아일랜드 홀'(섬모양 홀)로 만들려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건 너무 심하다"며 그린 주변에 러프와 벙커를 조성했다. 그런데도 해마다 이 홀에서 무려 1만5천개의 볼이 물에 잠긴다. 이 회장은 우정힐스CC에서 지인들과 자주 골프를 즐긴다. 박성상 전 한국은행 총재와 남상수 (주)비비안 회장,이승호 서서울CC 회장,김태두 전 조흥은행 전무이사 등이 주멤버다. 이들은 비슷한 연배에다 골프실력(80타대 중반)도 엇비슷해 종종 라운드를 한다. 일단 라운드가 시작되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결투'가 벌어진다. 홀당 1만원 안팎의 스킨스게임을 하는데 룰도 정확히 지켜야 하고 짧은 거리가 아니면 '기브'(OK)도 없을 정도다. 라운드를 마치면 클럽하우스 식당이나 순대로 유명한 인근 병천마을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런 뒤 우정힐스CC 숙소로 돌아와 잠시 고스톱을 치기도 한다. 이 회장은 고스톱을 치면 5만원을 꺼내놓고 한 판이 끝날 때마다 "5천원 땄다""1만원 잃었다"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다. 이 회장은 성격이 급하다. 그래서인지 골프 스윙이 무척 빠르다. 연습 스윙도 없이 바로 친다. 백스윙은 거의 안한다. 손목을 코킹해서 백스윙을 짧게 한다. 다운스윙을 할 땐 오른발을 앞쪽으로 전진하며 볼을 맞힌다. 한창 때는 2백30야드에 달하는 장타자였으며 팔순에 가까운 요즘도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10야드에 달한다. 클럽은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두 '엘로드' 제품이다. 이 회장은 올 상반기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원로 모임에서 78타를 쳐 '에이지슈팅'을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