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정보기술(IT) 분야 사영기업인 쓰퉁(四通) 직원인 류자(劉佳·37)씨.그는 홍콩에서 태어난 '홍콩 토박이'이다.그가 베이징으로 건너온 것은 지난 6월.홍콩에서 다니던 직장이 파산하자 이력서를 들고 쓰퉁을 방문,취업했다.연봉 40만위안(약 6천만원)을 받고 있는 그는 "베이징의 근무조건 주거환경 등이 홍콩에 뒤지지 않는다"며 베이징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류씨는 요즘 중국 업계에서 일고 있는 '홍콩인재의 대륙 역류(逆流)'현상을 보여준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홍콩인이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륙의 젊은이들이 밀항을 해서라도 가고 싶어하던 꿈의 도시 홍콩.그 도시 인재들이 이제는 거꾸로 대륙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유명 헤드헌팅업체인 안융(安永)은 최근 홍콩 샐러리맨들을 상대로 '중국에서 일자리 찾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60% 이상이 '광둥성 상하이 베이징 등의 직장이라면 고려하겠다'는 반응이었다. 희망 직장으로는 다국적기업 중국지사,금융관련 업체,사영기업 등이 꼽혔다. '홍콩인들은 이제 홍콩직장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게 이 조사의 결론이었다. 중국의 대기업들도 거액의 급여를 제시하며 홍콩인재 유치에 나섰다. 그들을 국제화의 첨병으로 활용하자는 계산에서다. 중국의 통신분야 국유기업인 롄퉁(聯通)이 최근 해외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응모자는 약 4백여명. 이중 50여명을 뽑았는데,절반 이상이 홍콩인이었다. 국제 비즈니스 인재에 목말라하고 있는 중소 사영기업은 더 적극적이다. 덕택에 홍콩의 헤드헌팅업체는 '인재 역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국의 WTO 가입이 '대륙 역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홍콩 인재들은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서방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대륙을 보고 있다. 물론 홍콩경제의 불황에 따른 탈(脫) 홍콩 움직임도 관련이 있다. 개혁개방정책 추진과 함께 대륙의 진주로 불려온 홍콩.중국이 WTO 시대로 진입한 후 그 진주의 빛은 더욱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