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등에 약 1천억원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을 해준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조흥은행이 이 대출을 실제 주식으로 전환하려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동이 걸려 다른 은행들도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을 주식으로 바꾸는게 무산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작년 4월 이코인이란 벤처기업에 빌려준 10억원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금융감독원이 등록(상장)기업의 출자전환 가격을 문제 삼아 불허했다. ▶한경 12월18일자 29면 참조 금감원은 은행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려면 최근 시가에 따라 전환가격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조흥은행과 이코인이 전환가격을 임의로 정한 것은 현행 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같은 해석은 다른 은행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에도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할 길이 사실상 막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날 긴급실무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올초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은행들에 주식연계 대출을 독려해 왔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전환가격을 문제로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의 주식전환을 막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한 후 싼 값으로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의 금리는 연 1∼2%에 불과하다"며 "출자전환이 안되면 은행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의 출자전환 옵션부 대출은 지난 99년 10월 산업은행이 처음으로 시작한 뒤 은행권에서 현재까지 약 1천억원 정도가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들은 일단 금감원에 출자전환 옵션 행사에 대한 정식 질의를 한 뒤 최종 불가판정을 받으면 코스닥 등록전에 서둘러 출자전환을 하거나 대출을 전환사채(CB)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